생활경제

플랫폼법 신규 제정→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업계 반응은

왕진화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9.9[ⓒ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9.9[ⓒ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연초 추진해왔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현행 공정거래법에 반영하는 식으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동영상 관련 기업 등도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경우 규제 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오후 모두말씀을 통해 “이번 발표 내용은 그동안 관계부처 협의와 외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오늘 오전 개최된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주된 핵심 내용은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공정위 등 당정은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에 대한 반경쟁적 행위 차단 및 경쟁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플랫폼을 규제하는 별도 법안을 신규로 제정하는 것보다, 현재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형태로 접근키로 한 것이다.

규율분야와 내용은 ▲중개 ▲검색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 분야에 대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행위를 금지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되,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한 항변권은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추정요건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기준보다 강화해 독점력이 공고한 경우로 한정하되, 스타트업 등의 규제부담 등 우려를 고려해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 플랫폼은 제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인 배달의민족 같은 앱은 최종적으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쿠팡은 매출액이 30조원이 넘지만 점유율이 지배적이지 않은 약 25% 수준이라 빠진다.

이에 대해 플랫폼 업계 반응도 크게 갈리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스타트업 업계 뜻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고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업계에서 비판이 있었던 사전 지정이란 부분을 제외해서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은 한 것 같고, 상세 내용은 아직 당정 협의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 진행돼야 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던 연초의 공정위 모습이나 입법추진 방안 관련 현재와의 다른 점이 전혀 없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그 기준을 정해 놓은 것 자체는 사전 지정이 맞는데, 멘트만 바꿔놓고 사후 추정이라고 한 것은 애매모호하다”며 “항변권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그 자체가 결국은 기업이 입증 책임하라는 것인데, 공권력 행사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정부에게 있지 않나. 왜 이것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전가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 메타 정도가 해당될 것 같은데 금일 발표된 6개 규율분야를 살펴보면 동영상도 포함되기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경우도 들어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과연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매출액을 (정부 측이) 어떻게 분석할 건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도 대형마트, 백화점처럼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해 규율키로 했다는 점도 주요 핵심 내용이다. 네이버쇼핑이나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 역시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규제를 적용받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규모유통업법에는 납부 대금 지급 시기나 프로모션 비용 부담 전가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정산기한은 전통 소매업(특약매입 등)과의 차이를 고려해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전통 소매업 정산기한(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보다 단축하되, ▲(1안)구매확정일(청약철회기한 만료일)로부터 10일에서 20일 이내 ▲(2안)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중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플랫폼이 판매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에도 수수료 등을 제외한 판매대금의 ▲(1안)100% 또는 ▲(2안)50%를 별도관리(예치, 지급보증 등)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SNS, 동영상, 검색 등 해외 사업자가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해외 빅테크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없다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와 역차별 이슈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반대로 규제기관의 몫을 사업자에게 넘기는 행정편의주의로도 볼 수 있고, 전반적으로 플랫폼을 규제 측면에서 접근하는 느낌이 강하다”고 짚었다.

한편, 공정위는 변화 속도가 빠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에 신속·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로서 유통 플랫폼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 등 관련 법적 규율을 통해 입점업체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