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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M&A' 두 마리 토끼 잡겠다던 우리금융… 공든탑 무너지나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우리금융 본사 전경. ⓒ우리금융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면 아마 염가매수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자본비율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이성욱 우리금융 CFO, 2분기 컨퍼런스콜 中)

우리금융지주가 호기롭게 보험사 인수합병(M&A)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동시에 잡겠다고 나선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가 커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저렴한 값(?)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 협상을 보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 됐는데, 정작 금융 당국의 제재 리스크로 보험사 M&A 좌초 가능성이 대두 되면서 결국 공염불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이은 수백억원대의 횡령 사고,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과 현 경영진의 은폐 의혹 논란 등으로 신뢰를 잃은 우리금융이 최근엔 금융당국에 사전 언질도 없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기위해선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마지막 관문을 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으론 이번 보험사 M&A가 무산될 경우 우리금융 입장에선 상당히 아쉬운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다.

우리금융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싼 값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다자보험의 연내 한국법인 철수 의지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겐 뜻밖의 횡재인 셈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가격은 1조5494억원으로,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약 5000억원 이상 저렴하다.

특히 이번 기회를 날리게 되면 우리금융이 강조해 왔던 밸류업 계획에도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여의치 않은 CET1 비율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 ROE 10% ▲보통주자본비율 13% ▲총주주환원율 50% 등을 골자로 한 밸류업 계획을 자랑해 왔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보험사 M&A에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CET1이 더욱 악화 돼, 밸류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이 예상보다 저렴한 값으로 SPA를 체결하면서, 우리금융의 '두 마리 토끼 잡기'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됐었던 것.

실제 우리금융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월 말 기준 각각 0.65배, 0.30배다. 그로인한 약 800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은 우리금융의 이익잉여금을 늘려 CET1 하락폭을 상쇄하고, 결국 2025년까지 목표한 주주환원율 35%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도 올 2분기 컨콜에서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성욱 CFO는 "보통주 자본비율의 경우 2025년까지 12.5% 조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12.2% 이상 달성할 계획이다. 이는 환율, M&A 등을 모두 감안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자 없이 보험사 인수할 경우 그룹 차원의 단기 순익 증가로 그룹 ROE도 개선되고 주주환원 재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검토 중인 보험사는 BIS비율 산출 기준상 중대한 투자로 분류하고 있어 그룹 자본의 약 10% 이내는 투자 금액 250%를 위험가중자산으로 적용한다. 이에 중대한 투자에 충분한 여유가 있고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 자본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유상증자 없이 M&A가 가능한 구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이 같은 원대한 계획은, 결과적으로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스스로의 내부통제 실패로 인해 무산될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금융 임종룡 호(號)에게는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기회마저 날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차대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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