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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후 차기행장 논의 본격화, 5대 은행장 운명은?… '내부통제 실패' 여부가 연임 가를듯

강기훈 기자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사 제공]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국내 주요 은행의 은행장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가운데, 차기 행장 선출 레이스가 닻을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늦어도 올 추석 이후엔 후보 선출을 위한 위원회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대 시중은행 내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어서 이목이 집중된다. 따라서 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올해 유난히 '내부통제 문제' 이슈로 인해 논란이 많았던 은행들의 경우 은행장들 거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1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그동안 관행이었던 2개월 간의 경영승계작업을 1개월 늘린 것이다.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먼저 차기 행장의 윤곽이 드러난 곳은 SC제일은행이다.

앞서 지난 6일 SC제일은행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광희 현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 부행장은 오는 27일 개최되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친 뒤 차기 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 8일부터 3년간이다.

이처럼 SC제일은행이 승계 작업을 서두른 데에는 박종복 제일은행장이 10년 임기를 끝으로 직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아직 임기 만료까지 3개월이나 남았으나 이 부행장 외에 대항마가 없어 서둘렀다는 후문이다.

Sh수협은행도 일찌감치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를 가동해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11월 17일자로 끝나서다. 이에 수협은행은 공모 절차를 진행해 지난 5일 강 행장이 포함된 롱리스트 6명을 발표했다.

올해 수협은행이 발군의 실적을 거둔 덕분에 강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수협은행은 작년 30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강 행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목표했던 M&A를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M&A 경험이 풍부한 신학기 수석부행장과 그외 다른 후보들이 차기 행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또한 연임에 무게추가 쏠린다. 신한은행은 작년 3조677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무난히 3조 클럽에 입성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2조53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호실적을 보인 계열사 CEO들을 연임시킨 바 있다. 이에 정 행장 또한 하반기에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추가 임기를 부여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승열 행장 역시 하나은행을 이끌고 작년 3조4766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기에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평이다.

이와함께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난다. 이승열 행장을 비롯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등 계열사 내부 인사들이 차기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반면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작년과 올해 괜찮은 실적을 달성했으나 잇따라 내부통제에 실패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적정 대출이 최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현 우리금융 경영진인 조 행장 뿐만 아니라 임종룡 회장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추석 이후 조 행장과 임 회장의 동반 용퇴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승계 절차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는지, 차기 후보군은 누구인지 현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아마 추석 이후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나 이석용 농협은행장 입장에선 괜찮게 실적을 달성했는데 자주 언론 입방아에 오르고 있어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당국이 고질적인 내부통제 문제를 주시하고 있어 아무래도 다른 은행보단 연임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2년임기를 채운후 1년 연임에 성공해 현재 '2+1' 임기를 수행중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역시 현재로선 재연임(2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 상반기 홍콩 H지수가 반등한 덕분에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올 상반기에만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3차례의 대형 배임 사고 등 각종 내부통제 실패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적지않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104억원, 4월에는 383억원 등의 배임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국민은행의 대출 배임사고는 3건으로 관련 사고액만 총 488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 실적 회복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올 상반기 성적표도 부진했다. 앞서 올 1분기 홍콩 H지수 ELS 충당금 여파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하지만 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1조5059억원에 그쳤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감사에 착수했는데, 결과에 따라서도 이 행장의 2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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