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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700억원이나 베팅해 '인천공항 환전소' 따냈는데… 전략 미스일까

권유승 기자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KB국민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환전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담은 '트레블 카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인천공항 환전은행 사업권을 두고 경쟁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시 인천공항 입점에 탈락한 신한은행은 전략을 선회, '환전 수수료가 필요없는' 트레블 카드 선두주자 중 하나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며 여행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무려 700억원을 넘게 들여 10년만에 인천공항에 입점한 국민은행은 예상 밖 트레블 카드 인기에 공항 환전소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국민은행도 다소 늦게 트레블 카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하나은행이 선점한 시장이기 때문에 향후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래블 카드의 가입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여행객을 위한 특화 카드인 트래블 카드는 환전 수수료 무료는 물론 할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트래블 카드는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을 필두로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나카드와 손잡고 '트래블로그 카드'를 일찌감치 선보인 하나은행은 지난 8월말 누적기준 600만장을 돌파하며, 국내 트래블카드 점유율 1등(50%)을 달리고 있다.

신한은행도 신한카드와 함께 출시한 'SOL 트래블러스 카드'가 지난 8일 기준 120만장을 돌파했다. 특히 출시한지 6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각종 외환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평생 무료 환전'을 내세우며 외화통장을 출시한 토스뱅크는 지난달 20일 기준 통장 계좌수는 152만좌, 누적환전액은 약 1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인천공항 입점에 700억원 베팅한 국민은행 전략, 과연 옳았을까… 예상밖 트래블카드 인기가 가른 '희비'

지난해 인천공항 입점은행 입찰에서 탈락한 신한은행에겐 이 같은 트래블 카드의 인기가 더욱 의미있다.

환전영업을 위해 인천공항 내에 설치했던 영업점을 모두 철수한 것이 오히려 신한은행에겐 전화위복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트래블 카드로, 저물어 가는 환전소에 대한 리스크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항에서 굳이 환전할 필요가 없다"며 "트래블 카드는 무료 환전도 이점이지만, 공항이용시 상·하반기에 각각 한번씩 라운지 무료 이용 혜택을 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해외 여행시 공항을 경유할 경우에 유용하다는 고객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인청공항 입점은행 경쟁에서 1사업권을 따낸 국민은행에겐 이 같은 상황 전개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709억원의 투찰금액을 쏟아 부으며 10년만에 인천공항 입점에 성공했는데, 트래블 카드의 인기에 공항 내 환전소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신한카드가 공개한 SOL 트레블카드 월간 결제액 증가추이 ⓒ신한카드
11일 신한카드가 공개한 SOL 트레블카드 월간 결제액 증가추이 ⓒ신한카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항 내 은행 환전소들은 예전보다 이용 고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지폐 같은 경우에는 이동 거리가 늘어나면 분실이나 도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환전소에서 바로 환전을 해서 가져가기 보다는, 해외 현지 ATM기에서 필요할 때 출금해서 쓰는 소비 패턴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은행도 지난 4월 뒤늦게 후발주자로 트래블카드 경쟁에 참여하긴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투톱 체제로 굳어진 트래블 카드 시장에서 향후 유의미한 점유율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항에서 실물화폐 환전을 원하는 고객과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타겟의 고객이 다르기 때문에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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