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계획 난관 봉착한 우리투자증권, 내실다지며 장기전 채비… 우리금융 기류변화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우리투자증권을 초대형 IB로 키우기위한 우리금융의 원대한 계획이 출범 초반부터 일그러지고 있는 형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직접적으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으로 촉발된 금융당국의 제재 리스크가 큰 걸림돌이다. 대주주인 우리금융이 징계를 받게될 경우 신사업과 추가 M&A는 사실상 당분간 힘들어지기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 공식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뒤숭숭한 그룹 상황에도 불구하고 분주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인수 후 진행하는 1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에 우리투자증권이 주선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회사출범 후 첫 '딜'을 따낸 것이다. 리파이낸싱이란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재조달하는 금융거래를 뜻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리파이낸싱 공동 주선사인 KB증권과 우리은행이 1조원 중 리캡(Recapitalization·자본재조정) 물량 3500억원 가량을 나눠서 소화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은행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일부를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소식을 뒤로하고, 우리투자증권은 여전히 외부 악재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금융에 대해 금융 당국 뿐만 아니라 9월들어 검찰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적극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다.
최근 손 전 회장의 처남은 검찰 조사 후 구속 수감된 상태다. 또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경영진이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금융지주회사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의거해 당국이 우리금융에 중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우리금융이 최소 '기관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계열사들은 당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이 어렵게된다. 또한 M&A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게 된다.
당초 우리투자증권은 10년 후 자기자본을 5조원대까지 끌어올려 초대형 IB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현재는 업계 18위 수준인 1조1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앞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지난달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3년 안에 2차 M&A 또한 기대하고 있다"며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신사업 진출, 추가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려는 당초 계획을 밀어부칠 동력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 내실다지는 기회로"… 차분히 장기전 준비
그러나 한편으론 그룹 안팍에선 "목표는 목표대로 두고 당분간 우리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의 내실 다지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이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된 게 아닌 이상 급할 게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출범하면서 종합금융 부문, S&T 부문과 리테일 부문, 리스크 관리 부문 체제를 갖췄다. 파생상품과 관련된 라이선스를 보유하진 못했으나 그래도 외형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종금 부문을 필두로 기업금융에 힘을 준 뒤 차차 IB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S&T 부문에서 채권 영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 개발을, 리테일 부문에서는 투자 상품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2차 M&A나 신사업 진출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긴 하나 당장 시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갖춰진 인력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 차근차근 목표에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에 대한 추가 검사가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투자증권 또한 검사 대상"이라며 "아무래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당분간 신사업 진출보단 증권으로서의 위용을 차분히 갖춰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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