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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안정'택했던 신한금융 진옥동號… 올 연말 자회사 12곳 CEO, 인사 향배는?

강기훈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신한금융

- 신한은행 포함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EZ손해보험 등 총 12곳 경영승계 절차 대상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주요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작업을 개시했다. 작년에는 자회사 CEO들을 전원 연임함으로써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올 연말에는 지주사 전략에 어떠한 변화를 줄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딩금융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와중에 신한금융그룹내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가 각각 차별화되고 있기때문이다.

결국 올해는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자회사 CEO들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0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14개 자회사 중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을 제외한 12개 자회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 끝난다.

경영 승계 절차 대상은 신한은행을 포함해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자산신탁,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 신한벤처투자, 신한EZ손해보험 총 12곳이다.

신한금융이 예년보다 승계 작업을 다소 일찍 서두르는 데에는 작년 말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경위는 지난 10일 개최된 회의에 앞서 자회사 경영승계계획을 개정했다.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3개월 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승계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작년 신한금융이 꺼낸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당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역량을 검증 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작년 12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CEO 9명은 전원 연임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들 9명의 CEO들은 앞서 조용병 전임 회장 시절에 선임된 CEO들이었기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같은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통상적으로 2번 연속으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CEO들이 '전원' 재연임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고, 또한 '내실'과 '안정'에 방점을 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략적 무게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정자 시절이었던 2022년에 이미 진 회장은 4명의 CEO를 교체한 바 있다. 즉 진 회장이 언제든 강력한 쇄신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록 올해 상반기 리딩금융 왕좌는 KB금융에 내줬으나 전반적으로 발군의 실적을 거뒀다"며 "지금처럼 안정감 있게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성적이 좋은 편이나 분명 부진한 자회사도 존재한다"며 "격동하는 리딩금융 경쟁 속에서 승부수를 던지고자 일부 자회사 CEO를 교체하는 등 '안정 속 쇄신'을 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74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 2조6262억원 대비 4.6%(1208억원) 증가한 수치다. KB금융(2조7814억원)과 비교해 345억원 정도 순이익이 뒤처지지만 전년 두 지주 간 순이익 격차가 381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꽤 따라잡았다는 평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그럼에도 지주사의 은행 의존도가 높은 점은 여전히 숙제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54.1%로 집계됐는데 신한금융은 74.8%로 나타났다. 리딩금융 왕좌를 재탈환하기 위해선 비은행 부문의 약진이 절실한 셈이다.

관련하여 이목이 제일 집중되는 자회사 대표들중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그리고 신한라이프의 경우는 CEO 연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점쳐진다. 경영 환경이 어려운 와중에 안정적으로 실적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전년 1조6805억원과 견줘 22.2%(3730억원) 증가했다. 신한카드 또한 같은 기간 379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동기 3169억원 대비 19.7%(624억원) 늘어난 것이다. 신한라이프의 순이익도 상반기 3129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 3117억원보다 0.4%(12억원) 불어났다.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신한캐피탈과 신한저축은행, 신한EZ손해보험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신한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1084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해 지주사 이익에 어느정도 기여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 1901억원과 비교하면 43%(817억원) 가량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신한저축은행도 작년 상반기 170억원에서 올해 125억원으로 27%(45억원)가량 순이익이 주저앉았다.

신한EZ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60억원 순손실을 보이며 전년(13억 순손실)보다 3.6배나 실적이 후퇴했다. 게다가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는 2022년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오랫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던 만큼 그룹측에서 새로운 차기 인물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예전과 비교해 자회사 경영승계절차를 일찍 개시했다"며 "위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기에 후보군을 면밀하게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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