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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기업대출 넘쳐나지만… 정작 벤처·중기위한 기술신용대출엔 '냉랭'

강기훈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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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가계대출이 불어나자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도리어 날이 갈수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을 뜻한다. 은행권은 2014년부터 해당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금리에 따라 경기침체가 계속돼 중소기업들이 신규 대출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당국이 기술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22조87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818조2285억원과 견줘 4조6430억원 불어난 수치다.

월별로 살펴보면 3월 8조4408억원, 4월 10조8940억원, 5월 7조2776억원, 6월 8조251억원, 7월 6조8803억원, 8월 4조6430억원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처럼 기업금융이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금융은 도외시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7월 기준 국내 은행들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3조3725억원으로 3월 308조9502억원 대비 5조5777억원 감소했다. 3월 정점을 찍은 뒤 잔액은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3월 34조9016억원에서 7월 32조2885억원으로 2조6131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농협은행이 같은 기간 20조6693억원에서 19조2998억원으로 1조3695억원 줄었다.

기업금융을 강조했던 우리은행도 35조4976억원에서 34조5056억원으로 9920억원 감소했다.

신한은행 또한 43조6330억원에서 42조8762억원으로 7568억원 가량 잔액이 줄었으며, 하나은행 역시 38조4882억원에서 37조7614억원으로 7268억원 감소했다.

한편 기술신용대출 건수 또한 크게 감소했다.

작년 9월 국내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74만4670건으로 나타나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기준 69만4719건을 보이며 하락 추세에 있다.

시중은행 중에선 농협은행만 3월 대비 기술신용대출 건수가 늘어났다. 올해 3월 농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7만7604건이었으나 7월 7만8470건으로 866건 늘었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0만2504건에서 9만410건으로 1만2094건 감소했다. 이어 하나은행 또한 8만7081건에서 8만2049건으로 5032건 감소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5만9586건에서 5만4968건으로 4618건 줄었다. 신한은행은 9만3999건에서 8만9487건으로 4512건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권 기술금융이 후퇴하고 있는 데에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신규 기술신용대출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기술신용대출의 담보 역할을 하는 신용기술평가(TCB) 발급 기준 또한 강화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위운회는 기술신용대출이 남발되는 관행을 막고자 세부기준을 담은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2021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를 최근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는 중소기업들도 무분별하게 기술신용대출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당국이 이 점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어 잔액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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