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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發 '얼음정수기' 전쟁…배경엔 블루오션 자리다툼

옥송이 기자

코웨이, 얼음정수기 지식재산권 강력 대응에 돌입했다. 사진은 코웨이가 법률적 대응 조치에 나선 경쟁사 제품들. [ⓒ코웨이]
코웨이, 얼음정수기 지식재산권 강력 대응에 돌입했다. 사진은 코웨이가 법률적 대응 조치에 나선 경쟁사 제품들. [ⓒ코웨이]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렌탈 업계가 냉전 체제에 돌입했다. 코웨이가 얼음정수기 지식재산권을 두고 교원 웰스에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얼음정수기 시장을 사수하는 동시에, 대기업 LG전자의 얼음정수기 참전 속에서도 전통 렌탈 1위 업체로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 코웨이는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가 자사 '아이콘 얼음정수기'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가 직접 자료를 내고 상대를 저격한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코웨이 측은 "자사 얼음정수기는 2022년 6월 출시했으며, 이후 비슷한 디자인 요소의 경쟁사 제품이 지속 출시됐다. 이에 내부적으로 디자인 침해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사측에 따르면 아이콘 얼음정수기는 기존 얼음정수기 대비 크기를 대폭 줄였고, 각진 형상을 강조해 같은 해 3월 특허청 심사를 거쳐 이듬해 2월 디자인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내놓은 교원 웰스 제품은 코웨이 제품과 상·하부의 각진 직육면체 2개가 결합한 형태, 각각의 모서리 길이, 전면부 버튼과 디스플레이 배치 등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코웨이는 지난 6월 교원 웰스에 '침해 중지 요구 내용 증명'을 발송했으나, 교원 웰스가 침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보내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소송 주요 내용은 ▲디자인권 침해 금지 ▲부정경쟁행위 금지 ▲특허권 침해 금지다. 아울러 코웨이는 교원 웰스를 상대로 코크 구조 관련 특허 및 물 추출 제어 관련 특허 등 복수의 등록 특허권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교원 웰스는 코웨이 측의 소송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드러내며 "지난해 9월 특허청에 출원한 '아이스원 얼음정수기' 디자인은 심사를 거쳐 올해 8월 12일 최종 등록이 완료됐고, 디자인권(등록번호 30-1271878)을 확보했다"면서 "특허청 디자인권은 디자인 보호법에 따라 디자인을 등록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전했다.

특허청의 디자인권은 1년여 걸리는 심사 동안 기존 등록된 디자인권과의 유사성을 이미 검증하기에, 디자인 특허권 침해 주장은 다소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사도 임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물인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코웨이에 맞불을 놨다.

양사의 갈등에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코웨이가 교원 웰스에 소송을 제기한 것 이외에도 청호나이스와 쿠쿠홈시스에는 경고장을 송달한 바 있어, 얼음정수기 공방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 소송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도한 소송은 시간과 비용의 피로도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코웨이가 얼음정수기 제품을 콕 집어 타사에 소송과 경고장을 진행한 배경으로는 얼음정수기 시장성이 거론된다. 정수기 시장 내 블루오션 격인 얼음정수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강력한 이번 조치를 통해 단순히 교원 웰스 등의 기업뿐 아니라 기타 중소 업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제품 자체를 막겠다는 의도다.

코웨이 관계자는 "얼음정수기 시장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본 정수기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올라와 있지만, 복합정수기인 얼음정수기로 교체 수요는 각 사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계절에 관계 없이 얼음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진 게 사실이다. 현재 추세로 봤을 때 과거 직수 정수기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얼음정수기도 점차 대세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기업인 LG전자가 후발주자로 얼음정수기를 내놓으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으로 소송전을 벌인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LG전자는 기존에 없던 '냉동 보관'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새 기능을 소구점으로 삼아 광고 영상도 송출하고 있다"면서, 반면 기존 업계는 이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기술적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광고 포인트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코웨이는 자사 얼음정수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관상 타사 제품과 다소 비슷해 보이지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웨이 자사 얼음정수기의 우수성이나 차별화된 장점이 노출돼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얼음정수기 소송 자체에 대해서는 "오죽하면 '얼죽아' 트렌드도 있다. 얼음 소비량이 증가하는 만큼 얼음정수기 수요량 자체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다만 얼음정수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위해 디자인 유사성 등을 근거로 소송전을 펼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코웨이가 언급한 타사 제품의 디자인 유사성을 대응하는 등 지식재산권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에게 와닿는 우수한 제품력이나 편리한 기능 등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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