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10년]<상> 악법의 탄생, 10년간의 존폐 논의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올해로 시행 10년를 맞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에 나선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1일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해 모두가 보조금에 대한 정보에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전히 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보조금을 받아 반값에, 또 다른 이는 원가를 주고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통법 시행 10년을 맞아 <디지털데일리>가 탄생이후 지금까지 단통법을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정리해봤다.
◆ 단통법 제정 이전, 시장은 어땠나
“갤럭시S4 할부원금 x만원에 딱 xx분만 모십니다”
단통법이 처음 제정된 해인 2014년은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였다. 당시 ‘123대란’(2014년 1월23일 대란) ‘211대란’(2014년 2월11 대란) 등의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악했는데, 그때마다 이통3사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단말 보조금을 투입하면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꼭두새벽부터 휴대폰 대리점 앞에 줄을 서야했다.
이통3사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유통망에 살포했기에 가능했던 것인데, 실제 당시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는 하루에만 약 14만건에 달했다. 현재 번호이동 건수가 월 50만건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사업자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LTE폰은 해당 정보를 입수한 특정 사람들에 한해 ‘꽁폰’(공짜폰)이 됐다. 다만 저렴하게 단말을 구입하려면 선착순에 들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줄을 서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특히, ‘갤럭시S3 17만원 사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통3사 간 출혈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역대급 보조금을 뿌렸는데, 그 결과 출고가 기준 90만원이었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는 5분의1수준인 17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방통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역대 최장기간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 뒤 다시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 단통법 취지, 지원금 지급 금지 아닌 투명화
정부는 이용자가 단말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비단 ‘123 대란’ ‘211대란’이 아니어도, 당시 소비자가 단말을 구매할 때 고려해야할 부분은 많았다. 유통채널별로 사은품 유무는 물론, 요금제 혹은 약정기간에 따른 보조금도 각각 비교해야했다.
예컨대 A대리점에서 5만5000원 요금제 2년 약정에 LTE폰을 일명 ‘꽁폰’에 제공하는가 하면, 같은 단말에 대해 B대리점은 4만5000원 요금제 3년 약정이라는 조건을 내거는 등 동일한 조건이라도 각 유통채널이 지급하는 보조금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정부는 보조금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만 있다면 모든 소비자가 차별없이 저렴하게 단말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려면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어디에서 오는지 먼저 알아야 했다.
유통채널이 소비자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크게 3가지를 재원으로 했다. 이통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과 ▲가입자 관리를 위해 지급하는 관리수수료, 제조사가 ▲자사 단말기에 대한 판매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지급하는 장려금 등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지원금의 규모에 따라, 소비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에도 차별이 발생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단통법 원안은 지원금 공시제와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했다.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 지급 기준을 각각 투명하게 명시해 최소한 동일한 조건이라면 같은 지원금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 지원금 차별은 줄었는데…불투명한 유통질서는 그대로
하지만 법안 심의과정에서 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각각 분리해 공시하는 분리공시제가 빠지면서 단통법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통법의 핵심 요소였지만 제조사가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며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제조사 입장에선 예컨대, 보조금 30만원 가운데 제조사의 보조금이 10만원이라면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의 10만원이 거품이라고 여길거고, 이는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보조금만큼 출고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단통법은 보조금 차별 지급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선에 그쳤다. 유통채널이 소비자에 지급하는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를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한 것이다. 즉, 불투명한 유통구조는 그대로고 보조금 지급에 상한선을 두면서 소비자 편익만이 줄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이통사의 입장에선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경쟁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이통3사의 점유율도 자연스레 고착화됐고, 소비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도 더뎌지면서 오히려 이통사의 배만 불린 법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또 유통채널의 입장에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 일부 유통채널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불법보조금 지급도 불사한 가운데, 이들은 ‘성지’로 불리어지며 불법 유통채널 취급을 받아야 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성지’를 아는 극소수만 단말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다. 휴대폰을 구입할 때 고가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거나, 부가서비스를 무조건 가입해야하는 등 기존 음성 채널에서의 불합리한 계약도 지속됐다.
◆ "지원금 차별 지급 나쁜가" 의문만 남긴 단통법
“단말 지원금은 차별적으로 지급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 보조금을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고를 가지고 논쟁하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소비자 스스로가 지금 사는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특히,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석현 실장의 발언처럼 지난 10년 단통법은 소비자에 “지원금의 차별적 지급이 나쁜 것인가”라는 질문만을 남겼다.
물론,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열됐던 번호이동시장은 시행전후 눈에 띄게 안정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00만명을 웃돌던 번호이동 건수는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4년 10월 37만482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 7월 기준 번호이동 건수는 56만1448건으로 집계됐다.
단말 구매방식도 다양해졌다. 단통법으로 선택약정 할인이 도입되면서 보조금 대신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예컨대 특정 단말에 대한 공시지원금이 20만원이라고 책정됐다면, 자급제 단말 구매 고객도 공시지원금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의 이러한 장점을 가져갈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개정안은 단말 할인(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하면서,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업계도 단통법이 지난 10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당초 단통법 도입의 취지를 고려한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선의 방향을 두고선 사업자 간 미세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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