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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는 줄이고, 금리는 올리고… 은행권, 민생금융 의지 안보인다

강기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국내 은행들이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매년 줄이고 있다.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경영 효율 면에서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이런 와중에 대출 금리는 도리어 인상하고 있어 은행권이 민생금융을 추구하기는커녕 고객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총 3911개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5190개와 비교해 무려 24.6%(1279개)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 중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점포를 폐점했다. 2014년 1169개의 점포를 갖췄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61개를 폐점한 808개만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1180개에서 729개로 285개 줄었으며, 신한은행 또한 842개에서 636개로 206개 감소했다. 이어 농협은행은 1180개에서 1112개로 69개 감소했고 하나은행은 613개에서 626개로 13개 늘었다.

ATM 또한 점포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 의원(국민의힘)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국내 15개 은행의 ATM은 2만7076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2만7760대와 견줘 2.5%(684대) 감소한 수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p) 인상했다. 이어 전세자금 대출 또한 0.2%p 가량 금리를 상향조정했다.

국민은행은 4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p 인상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날 신규구입자금 및 생활안정자금 주담대 금리를 0.1~0.2%p 가량 인상했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보증기관에 따라 0.1~0.45%p 올렸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또한 간접적으로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하나은행은 1일 전세대출 상품의 감면금리를 최대 0.5%p 축소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23일 주담대 상품의 우대금리를 0.3~0.5%p 가량 축소했으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는 0.1~0.3%p 내렸다.

5대 은행은 7월부터 8월까지 2달 간 도합 20회 넘게 대출 금리를 인상해왔다. 이후 금융당국이 인상 행렬에 제동을 걸었으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정책 자율성을 인정함에 따라 재차 금리인상 릴레이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움직임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앞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년 여만에 0.5%p 가량 금리를 인하하는 '빅 컷(Big Cut)' 조치를 단행했다. 이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예정인데 정작 국내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이자 장사'에 치중한 나머지 고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민생금융은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은행을 이용하는 A씨는 "점포는 줄고 있는데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는 걸 보아하니 은행과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는 서민에게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B씨 또한 "변동금리가 오르고 있어 이자 부담이 갈 수록 늘고 있다"며 "왜 다른 나라와 역행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의 경우 당국이 제시한 폐쇄 가이드라인에 맞춰 점포 축소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감소세가 느슨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 실수요자들을 보호하면서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려면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올리는 방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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