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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골프 접대받는 은행원이라니… KB금융·국민은행 최고경영진, 책임 통감해야

권유승 기자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본점 전경. ⓒKB국민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도대체 무슨 이유로 여러 증권사들이 KB국민은행 직원에게 그렇게 많은 골프 접대를 했는지 그 속사정까지는 아직 세세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다른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그들의 업무 관계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됐고, 업무를 잘 돌아가게하기위해 그런 접대가 필요했을 수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접대'라는 표현이 주는 불편한 어감때문에 표현을 '업무추진'이라고 치환해보지만 그래도 본질 자체가 극히 구태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경기 평택 병)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서 'KB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2021년 1월부터 작년 6월 까지 여러 증권사로부터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았다'고 지적해 적지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이 올해 2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총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난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에 KB국민은행측도 골프 접대를 받은 해당 직원에 대해 청렴 유지 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2021년1월부터 이후 3년간 국내 골프장 그린피는 코로나로 인해 역대급으로 비쌌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 접대 금액 자체도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보인다.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는 비단 내부 직원의 횡령, 업무상 배임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골프 접대'와 같은 윤리적 문제도 넓게 포괄하는 개념으로 봐야한다. 증권사와 은행간의 정당한 업무 관계에서 왜 굳이 골프 접대까지 필요할까를 생각해본다면, 결과적으로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인식을 하지않을 수 없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기 때문이다.

사안을 좁혀서 보면, 이는 KB국민은행 직원 한 명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 뱅커의 자부심을 가지고 맡은 일에 충실한 다른 직원들까지 싸잡아 욕먹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행을 포함해 KB금융의 경영진들은 이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내부통제를 넘어 윤리통제에도 구멍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4.1.5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2024년 상방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총평을 하고 있다. ⓒKB금융
2024.1.5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2024년 상방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총평을 하고 있다. ⓒKB금융

그런점에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이나 이재근 국민은행장등 최고경영진도 누구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할 사안이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평소 KB국민은행 내부의 윤리적 규범이 스스로 엄격하고 철저했었다면 과연 이러한 일들이 버젖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사실 국내 금융권의 접대비 문제는 특정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과 증권사, 보험사들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지난 5년6개월간 접대비 명목으로 사용한 금액은 무려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상적인 업무추진비 규정에 맞게 지출된 금액도 있겠지만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냐'며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는 지출도 적지않았을 것이다.

이것과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코스닥에 상장한 IT기업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업무상 증권사 직원들과 자주 골프를 친다'고 귀뜸한 적이 있다. 증권사들로부터 우호적인 기업 평가를 유지하기위한 차원이겠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기업 정보에 대한 정보가 왜곡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부당대출, 홍콩ELS와 같은 불완전판매 사태 등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적절한 접대 문화까지 만연하게 된다면 과연 금융산업을 누가 더 신뢰할 수 있겠는가.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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