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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압도적인 업비트 고객예치금에 '불안한 뒷맛'… 가상자산시장 흔들리면?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의 저원가성 자금중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1위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상자산 고객 예치금 비중이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아 한꺼번에 대량 인출이 발생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때문인데,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의 입장에선 부정적인 요인인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오기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제공한 '가상자산거래소 고객 예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케이뱅크·카카오뱅크·NH농협은행·신한은행·전북은행 등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하고 있는 은행들의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은 총 5조28억원이다.

가장 예치금 규모가 큰 곳은 케이뱅크다.

2020년 6월부터 업비트와 제휴하고 있는 케이뱅크의 지난 7월말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은 3조7331억원에 달했다.

이어 농협은행(빗썸, 1조399억원), 카카오뱅크(코인원, 1451억원), 신한은행(코빗, 729억원), 전북은행(고팍스, 117억원) 등의 순으로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이 많았다.

특히 케이뱅크는 총 원화예수금 대비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 비중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7월말 케이뱅크의 업비트 고객 예치금 비중은 무려 17%에 육박했다.

농협은행(0.34%)이 그 뒤를 이었으며, 카카오뱅크(0.27%), 전북은행(0.06%), 신한은행(0.02%)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케이뱅크의 높은 업비트 의존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일 경우 저원가성예금이 대거 유입 돼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시장이 침체될 경우엔 급격한 자금 유출은 불가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상자산 투자에 따른 자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실제 케이뱅크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수신잔액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

케이뱅크의 가상자산사업자 예치금 잔액은 2021년 3분기 6조7870억원에 달했었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1개당 2100만원까지 추락한 2022년 말에는 2조9177억원까지 쪼그라들은 바 있다.

이에 케이뱅크의 영업이익 역시 비트코인에 가격에 따라 요동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제도적인 리스크도 존재한다. 올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에 0.1%의 이자를 지급하던 것을, 앞으로는 2.1%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업비트 고객 예치금이 막대한 케이뱅크는 이 같은 이자비용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다.

가계대출 등의 수익원 비중을 높여 업비트 의존도가 낮아졌다고 한들,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 속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는 IPO 흥행에도 마이너스 요소로 꼽히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날(10일)부터 진행될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1, 22일 일반 공모 후 30일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업비트 효과'가 상당했단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업비트로 인해 구사일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직까지도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부분은 향후 한 번에 수익성이 꺼질 수 있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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