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등 기술사업을 소관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깜깜이 협약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단 비판이 나왔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에 따르면, NIPA는 지난 4년간 총 332건 과제를 정책지정과제로 수행했다.

NIPA는 총 3조3688억원의 사업예산 중 4469억원(13.3%) 을 공모 없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정한 수행기관에 집행했다.

국가계약법 제26조에 따르면 2000만원 이하 계약 또는 특수한 기술·자격이 요구되는 계약의 경우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수의계약을 하려면 관련 법령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중 법령근거 없이 진행된 사업은 120건, 총 1885억원 규모에 달했다.

과기정통부가 정책지정과제의 근거로 삼고 있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관리규정’ 제25조 제2항은 전담기관과의 협약시 협약서에 사업의 목적과 내용 , 사업에 소요되는 경, 권리와 의무관계 등을 담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는 사업수행기관명을 적어야 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며, 구체적인 사항은 장관이 별도로 정한다”는 기타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해민 의원은 “과연 과기정통부 고시에 불과한 규정이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국가계약법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가계약법에도 불구하고 공모없이 사업수행기관을 특정해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것은 주요한 결정사항인데, 규정의 기타조항에 불과한 ‘그 밖에 필요한 사항’ 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5개 ICT 기관 중 정책지정과제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은 NIPA와 더불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있다. 하지만 NIA의 경우, 지난 4년간 단 12건만 정책지정과제로 추진됐고, ▲통신망 구축사업 ▲양자관련 사업 등 모두 특수한 기술을 요하는 과제들을 타법에 근거해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물론 공모가 어려울 만큼 고도의 전문성이나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경쟁입찰보다 정책지정과제로 수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겠지만, 문제로 지적한 NIPA의 정책지정과제들은 특정기관만 할 수 있는 특수한 과제는 아니다”라며 “윤 정부가 공공사업의 이권 카르텔, 특수관계인들에게 사업을 몰아주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정책지정과제는 불가피한 경우로 최소화하고,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