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위반, TD뱅크 美 법인에 총 4.8조원 벌금… 국내 은행권에도 경종
- 자금세탁방지 소홀에 초강수… FinCEN이 부과한 벌금만 1.7조원 달해
- TD뱅크 주가 5.3% 폭락, 발표 당일 119억달러(약 16조원) 증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 은행 'TD뱅크'의 미국 법인이 마약자금 세탁 등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위반으로 총 4.8조원(총 35억 달러)라는 대규모 벌금을 부과받았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 금융 당국의 AML 규제에 미 금융시장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철저한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1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와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에 따르면 TD뱅크 미 법인은 AML 규정 위반에 따른 유죄가 인정돼 미 법무부로 부터 18억 달러(한화 약 2.4조원), FinCEN으로부터 13억 달러(약 1.7조원),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4억5000만 달러(약 0.6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이를 기관들과 벌금 납부를 각각 합의했다. 특히 이번 벌금은 미국 FinCEN이 금융기관에 부과한 사상 최대 금액이다.
미 금융감독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TD뱅크 미국 법인은 작년 10월까지 6년간 18조3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고객 거래자금 감시 소홀 혐의와 함께, 이 은행 계좌를 통해 범죄조직이 6억7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세탁하도록 허용한 혐의를 받아왔다.
미 금융 당국과는 별개로, 미 수사 당국은 중국 마약 범죄조직이 마약판매 자금을 TD뱅크의 뉴욕·뉴저지 지점을 통해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한편 은행비밀법(BSA) 위반 혐의로 TD은행 미국법인에 13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FinCEN은 이번 조치와 함께 TD은행에 대해 4년 동안 독립적인 감시 체제를 도입해 개선 조치를 감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관려하여 월리 아데예모(Wally Adeyemo) 미 재무부 부장관은 “TD은행은 펜타닐과 같은 마약 밀매부터 테러 자금 조달, 인신매매 등 다양한 불법 활동이 금융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며 “이번 역사적인 조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불법 자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FinCEN의 안드레아 가키(Andrea Gacki) 국장도 “TD은행은 10년 이상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을 방치해, 불법 행위자들은 물론 TD은행 직원들까지 이를 악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TD은행은 BSA와 FinCEN 규정을 준수하는 최소한의 AML 프로그램을 유지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다.
FinCEN 조사에 따르면, TD은행은 AML과 관련한 주요 리스크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TD은행은 인신매매와 관련된 '의심스러운 간편송금거래'(Venmo, Zelle 등) 처리에 실패해 이러한 거래를 제때 보고하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
TD은행의 내부 통제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 2021년, 한 TD은행 직원이 마약 자금 세탁에 가담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직원은 페이퍼(Shell) 컴퍼니 명의로 다수의 계좌를 개설해, 고위험 국가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TD은행은 이러한 활동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TD은행은 수조 원에 달하는 거래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수천 건의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보고서(SAR)를 작성하지 못했고, 일부 고액현금거래보고(CTR)는 지연되거나 법 집행기관을 오도하는 정보로 제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TD은행은 과거 거래 데이터를 재검토하고 누락된 의심거래(SAR) 보고서를 보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FinCEN은 TD은행의 전반적인 AML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독립적인 감시 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 금융 당국의 제재 발표 당일, TD뱅크의 주가는 5.3% 폭락해 하루에 시가총액 약 16조원(119억달러)가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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