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로고 감추고 감성으로 승부해요”…요즘 MZ맘 사로잡는 키즈 패션은?

왕진화 기자
[ⓒ키디키디]
[ⓒ키디키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패션 철학과 가치관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거나 취향 기반 육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3040영맘(Young+Mom)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기존 관행처럼 로고플레이가 두드러져 왔던 고급 유아동복이 감성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패션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게 유아동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아동, 유아용품 온라인쇼핑 연간 거래액은 지난 2020년 4조6879억원에서 지난해 5조2330억원으로 약 11.6% 성장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 2조4490억원으로 지난 2020년 대비 33% 늘었다.

지난해 0∼14세 인구는 570만5000명으로 지난 2020년 대비 9.5% 줄어드는 등 유·아동 인구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하나뿐인 자녀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드 키즈(Gold Kids)’ 트렌드와 함께 관련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급으로 보여지는 가격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육아 시장에도 MZ(밀레니얼+Z)세대 여성이 주요 소비층으로 들어섰다. 해당 세대가 브랜드 제품 품질만이 아니라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면서, 자신의 패션 철학과 가치를 아이에게도 동일시하는 소비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본인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MZ여성들이 육아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본인만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다른 아이와 한 끗 다른 감성을 전할 수 있는 키즈 브랜드가 떠오른다.

[ⓒ자크뮈스]
[ⓒ자크뮈스]

예컨대 성인 패션에서 Y2K(세기말) 패션 트렌드를 이끈 프랑스 명품 브랜드 ‘자크뮈스(Jacquemus)’를 입은 아이들을 올해부터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자크뮈스는 4세부터 12세까지 착용 가능한 컬렉션 ‘미니 미(MINE ME)’를 발표하며, 브랜드 최초로 키즈 의류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올해 3월 자크뮈스 매장에서 ‘미니 미(MINE ME)’ 컬렉션의 첫번째 드롭이 공개됐으며, 성인과 같은 디자인과 실루엣의 의류 라인을 키즈씬에 적용해 Y2K 무드를 제안했다.

특히 핑크, 레드, 오프화이트 등 자크뮈스 성인 패션 특유의 컬러웨이를 키즈 의류에도 적용했다. 화보에서는 시그니처 로고 후디, 멀티 포켓이 부착된 티셔츠, 스웻 팬츠, 모자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오버사이즈로 연출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또한 대표적인 국내 사례는 마르디메크르디의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의 ‘마리떼앙팡’ 등이 있다. 두 브랜드는 성인씬에서 MZ여성 고객 중심 팬덤을 바탕으로 키즈 웨어로 확장을 시도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는 지난해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마리떼앙팡은 오픈과 함께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고급 유아동복 대명사격으로 꼽히는 몽클레르 앙팡도 연평균 20%씩 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저출산 기조에도 자신의 아이만은 더 특별하게 입히고 싶어 투자를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 속에 프리미엄 키즈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덕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주변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 펜디 키즈 등 명품 키즈 브랜드를 입점시켜, 명품 키즈 패션씬에 힘을 주기도 했다.

[ⓒ키디키디]
[ⓒ키디키디]

대물림되는 건 취향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취향 기반 육아 플랫폼 활용도 영맘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지난 2020년 4월 론칭한 ‘키디키디(kidikidi)’ 연간 거래액은 4년 새 23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필수 모바일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키디키디는 2020년 론칭 당시 약 300억원이던 연간 거래액에서 지난해 1000억원대 규모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키디키디 성장 비결로는 직원들이 육아를 하며 직접 경험했던 것들을 상품 큐레이션에 반영해 고객과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맘을 중심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감도 높은 브랜디드 콘텐츠와 다각적인 마케팅을 지원해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는 강점을 갖춘 플랫폼이다.

키디키디 내 각 사업 부문에서 동료들을 통솔하고 상품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팀장 및 부서장을 포함해 직원의 30%가 육아 중인 엄마, 아빠에 해당한다. 직원들이 육아 경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며 육아맘들의 두터운 팬덤을 쌓았다. 키디키디 측은 실제 육아를 진행 중이거나 육아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주축으로 ▲입점 브랜드 발굴 ▲상품 기획 ▲콘텐츠 제작 등을 펼치고 있다.

[ⓒ키디키디]
[ⓒ키디키디]

앞서 키디키디는 지난 8월19일부터 9월1일까지 2주간 온라인 팝업스토어 ‘키디런’을 플랫폼 최초로 진행했다. 키디런은 유아동 패션 브랜드의 24FW(가을·겨울) 신상품 및 단독 상품을 라이브쇼와 함께 키디키디가 준비한 행사다. 26개 중 11개 브랜드는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기념해 새롭게 입점해 의미가 크다.

키디키디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방문자 수는 직전 동일 기간 대비 3배 증가했고, 지난 2월과 5월에 진행했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첫날에만 15만명이 몰렸고, 전체 기간 120만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했다.

키디키디 관계자는 “지난 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5월 잠실 롯데월드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가 흥행하자 지방에도 팝업스토어를 오픈해달라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철 입을 옷을 싸게 사던 과거와 달리 요즘 영맘들은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찾는 재미에 빠져있다”며, “집, 사무실 등 장소 제약 없이 다양한 브랜드를 발견하는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라이브쇼와 함께 준비한 랜선 팝업스토어가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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