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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운영 논란 'KB부코핀은행'… 1천억원 투자한 차세대 IT프로젝트마저 실패라니

박기록 기자
17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KB부코핀은행'에 대해 질의하는 조승래(사진 좌)의원과 답변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우) ⓒ국회방송
17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KB부코핀은행'에 대해 질의하는 조승래(사진 좌)의원과 답변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우) ⓒ국회방송

- 2023년 'SHINE'으로 명명된 차세대 IT사업 시작했으나 오픈못해KB금융 IT거버넌스 전략에 문제점 노출

- KB부코핀은행 NPL 지표, 작년부터 다시 증가세… KB금융 발목잡는 블랙홀 우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이 출자한 인도네시아의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에 대한 총체적 부실운영이 결국 지난 17일 열린 국정 감사(정무위)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고질적인 부실화를 막고, KB부코핀 은행의 체질을 개선하기위해 1000억원을 투입해 시도했던 차세대 IT프로젝트까지 실패했다는 것은 적지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넓게보면 KB금융의 IT거버넌스(관리체계)에도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KB부코핀은행의 IT 혁신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뱅킹편의성 부족에 따른 고객 확장의 어려움 ▲뱅킹프로세스의 자동화 미흡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 판관비 관리의 어려움 ▲정보계시스템 부실에 의한 시장 및 신용리스크관리의 어려움으로 결국 연체율과 부실채권(NPL)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끊어내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차세대 IT프로젝트를 통해 소호(SOHO), 소매금융 등에 대한 체계적인 리스크관리 노하우 및 선진화된 디지털역량을 접목해 부코핀은행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KB부고핀은행‘은 국민은행이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상업은행을 지분 22%로 인수한 이후, 몇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정무위 국감에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유성구갑)이 지적했듯이 KB부코핀은행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손실 규모가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2020년 이후로 4년6개월 동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28번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규제 대응에 있어서도 KB부코핀은행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동안 KB금융측은 ‘KB부코핀은행’에 대해 “부실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실상은 무수익여신(NPL)이 다시 급증하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KB부코핀은행의 NPL비중은 10.66%에서 2022년 6.65%로 감소했으나 다시 2023년 9.70%로 증가했으며, 2024년6월기준 11.31%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즉, NPL 지표를 보면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망이 없는 것이다.

◆KB부코핀은행 ‘차세대 IT’ 사업 실패가 심각해 보이는 이유

설상가상 조 의원은 지적대로, KB부코핀은행의 차세대 IT프로젝트까지 실패하면서 위기탈출이 쉽지않은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관련하여 “부코핀 은행이 대출 심사 승인 과정, 대출 실행일과 만기일, 기준금리 이자 계산 방식 등이 모두 수기(手記)로 관리되고 있다. 수기로 관리되니까 아무리 훌륭한 IT 시스템을 갖춰놔도 그것을 넣을 데이터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결국 부코핀은행 인수후에 데이터를 제대로 정리안한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KB부코핀은행이 승부수를 걸겠다하면서 추진한 IT사업은 2023년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00억원이 투자됐지만, 오픈을 못했다”면서 “더구나 IT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용역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최근 다른 대기업에게 프로젝트를 넘기면서 기존 용역업체에게 대금을 지급하지않다”고 지적했다.

2022.11 '샤인(SHINE)'으로 명명된 KB부코핀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발대식 모습 ⓒKB부코핀은행
2022.11 '샤인(SHINE)'으로 명명된 KB부코핀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발대식 모습 ⓒKB부코핀은행

앞서 KB부코핀은행은 지난 2022년 11월, 샤인(SHINE)으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발대식을 갖고, 사업에 착수했다. 업무분석 설계단계인 1단계(2023년1월~2023년6월)에 이어 2023년 7월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당초 2024년1월 개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당초 일정에 맞춰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하지 못했고, 더구나 사업 주간사까지 끝내 변경해 재추진을 결정한 것은 국내 기준으론 프로젝트의 명백한 ‘실패’로 규정된다.

금융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KB부코핀은행은 국내 IT서비스기업인 LG CNS의 인도네시아 합작사를 새로운 프로젝트 주간사로 선정했다.

지난 2002년 당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재추진 등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최소 1년 이상의 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KB부코핀은행은 IT혁신 부재에 따른 각종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기준금리는 6%대로 국내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 9월부터 6.25%에서 0.25%p 인하된 수준이다.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증가와 함께 부실화의 위험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부코핀은행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는지 살펴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조의원의 질의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실 저희가 KB부코핀은행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며 “이번 계기를 삼아 해외건과 업무위탁건에 대해 점검을 잘 하겠다”고 답했다.

KB부코핀은행이 KB금융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KB금융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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