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냐 삼원계냐"…북미에서 터진 ESS, 수요 잡을 묘수는?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SS(에너지저장장치)가 북미 전력망 안정화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LFP(리튬⋅인산⋅철)와 삼원계 배터리가 기술 경쟁의 중심에 섰다. 높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LFP와 고밀도·고출력 성능을 자랑하는 삼원계 배터리는 각기 다른 장점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ESS 수요를 공략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미 지역에서 전력망의 노후화와 정전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고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지역에서 전력망의 취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북미 전력망은 대부분 20세기 중반에 구축된 시스템으로, 50~70년 이상 된 설비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북미 전력망의 약 70%가 설계 수명을 초과했거나 임박한 상태다. 이로 인해 전압 불안정, 송전 손실, 트랜스포머 고장 등 기술적 문제가 빈번한 것.
여기에 더해, 최근 빈번한 이상 기후는 전력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폭염이 장기화되면 에어컨 사용이 급증해 전력망에 과부하를 초래, 폭풍우나 산불로 인해 송배전 설비가 물리적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으며, 텍사스는 겨울 폭풍으로 인해 수백만 가구가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처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ESS가 전력망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대규모 정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함으로써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에 과잉 생산된 전력을 ESS에 저장하고, 저녁 시간대나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 시 이를 방출해 전력 공급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최근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ESS에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주목받고 있다. K-배터리 3사로 분류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서로 다른 소재와 전략을 통해 북미 ESS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각각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LFP ESS 시스템인 '엔블록 E(enblock E)'와 전력망 ESS 신제품 '뉴 모듈라이제드 솔루션(New Modularized Solutions)'이 있다. LFP 기술은 높은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 환경 규제에 강한 이점을 바탕으로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의 LFP 제품들은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용량 조절이 가능하며, 다양한 고객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특징은 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및 대규모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에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에서 LFP 기술을 활용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며 주요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SK온도 LFP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LFP ESS 모듈과 차세대 DC 블록 모형을 공개했다. 차세대 DC 블록은 액체 냉각 기술 등이 적용됐으며, 용량은 5015킬로와트시(kWh)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 차량 충전 사업용 ESS와 선박용 ESS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 미국 ESS 기업인 'IHI 테라선 솔루션'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북미에서 ESS와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의 삼원계 NCA(리튬⋅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고에너지 밀도 ESS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최근 LFP 배터리를 포함한 '투트랙' 전략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성능 시장과 가격 민감 시장 모두를 겨냥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최근 SBB(Samsung Battery Box) 1.5를 공개하며 ESS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다. SBB 1.5는 기존 대비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 밀도를 37% 향상하며 내부 공간 효율화를 통해 총 5.26MWh(메가와트시)의 에너지를 구현했다. 또한, EDI(Enhanced Direct Injection) 기술을 적용해 화재 예방 및 확산 방지 기능을 강화해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SBB 1.5는 설치 공간 절감을 통해 대규모 전력망 및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주목받고 있다.
LFP는 높은 안전성과 긴 수명, 경제성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연계나 대규모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반면, 삼원계 ESS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으로 공간이 제한된 데이터센터나 병원 등 고밀도 에너지가 필요한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다만, 현재까지의 ESS 시장에서의 승자는 LFP로 평가된다. LFP 기반 ESS는 경제성과 안정성을 앞세워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미국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2026년부터 4년간 최대 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를 공급한다. 8GWh는 약 80만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공급 대상은 고용량 리튬인산철(LFP) 롱셀 'JF2 셀'이 적용된 컨테이너형 모듈러 제품으로, 용도에 따라 맞춤형 구성이 가능하다. 제품은 전량 북미 현지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올해 한화큐셀과 총 4.8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에도 성공했다.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미국 애리조나주 라파즈 카운티에 설치될 대규모 태양광 및 ESS 복합 프로젝트에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와 넥스트에라에너지 ESS 공급을 위한 협상을 추진 중이다. 이 공급은 다수의 프로젝트로 나눠 체결 예정으로, 공급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전방위적으로 ESS 매출을 늘리며 올 3분기 ESS 부문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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