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0% 성장’ 약속했지만…그룹 비상경영에 우는 롯데이노베이트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롯데이노베이트가 최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028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0% 달성을 선언했지만, 당장 올해 3분기 실적부터 고꾸라지며 험난한 길이 예고되고 있다. 핵심 고객사인 롯데그룹 전반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IT투자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데다, 신사업 실적도 요원하다.
5일 롯데이노베이트의 2024년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2880억원)은 2.3% 하락하고 영업이익(83억원)은 48.4% 급감했다.
부진한 실적의 원인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통합(SI) 사업에 있다. 3분기 전체 매출의 82.5%를 차지하는 SI 사업 매출은 237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9%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억원으로 70.8% 추락해 시스템 운영·유지보수를 주로 하는 시스템관리(SM) 사업의 영업이익(50억원)에도 못미쳤다.
이는 달리 말해 유지보수 사업 외에 신규 구축 사업 수주가 주춤했다는 것으로, 특히 비상경영으로 인한 그룹사들의 IT투자 축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8월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주력사업인 유통·화학 부문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했고, 건설경기 침체 영향에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위주로 사업 철수 검토 얘기까지 들리면서, 각 계열사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은 그룹 SI 사업이 주축인 롯데이노베이트에는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롯데이노베이트의 그룹사 내부거래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62.8%에 이른다. 통상 롯데이노베이트 매출에서 단일 계열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롯데쇼핑이나 호텔롯데 등도 암울한 실적이 전망되고 있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롯데이노베이트가 공교롭게도 3분기 실적 발표 전날인 지난달 29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이 계획에서 2028년까지 매출 CAGR 10%, 신사업 비중 20% 달성 등을 약속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의 5년간 연평균 CAGR은 8.1%이며, 지난 상반기 기준 신사업 매출 비중은 8% 수준이다. 이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메타버스와 전기차충전 사업 등 신사업 강화와 글로벌 진출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사업은 2021년 인수한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의 적자 누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도 60억원 영업손실을 냈고, 전기차충전 사업은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악재를 맞았다. 전기차충전 자회사 이브이시스는 최근 미국법인 설립 등 해외 진출을 타개책으로 내놓았지만 이에 따른 투자 확대가 단기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아직 대표 공석 중인 롯데이노베이트의 향후 경영 방향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롯데 정기 임원인사 단행이 예정된 가운데, 신임 대표는 그룹 비상경영 와중에 회사 매출신장을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발해야 하는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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