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시행 지지부진…데이터센터 수전 1년째 ‘올스톱’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시행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전력수전이 사실상 1년째 ‘올스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는 제도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 속에 과도한 규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최근 재행정예고했다. 지난 5월 행정예고했던 안을 보완해 다시 행정예고한 것으로, 이달 11일부터 22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받게 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올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을 근거로 산업부가 추진 중인 제도다. 수도권과 지방의 전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10메가와트(mW) 이상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전력계통 사업자는 반드시 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력 사용이 많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산업계는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해 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수행기관인 한국전력(이하 한전) 등이 몇차례 간담회를 열어 사업자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결국 일부 보완된 안을 재행정예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도입이 계속 미뤄지며 올 1월부터 벌써 1년째 신규 전력수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사실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수전 신청접수를 중단했고, 산업부는 지난 8월부터 전력계통영향평가 시범운영을 안내하고 있지만 어차피 고시 제정 완료 전까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일단 임시로 제도를 운영한다곤 하는데, 사업자들이 의뢰하면 합격점인지 판단해주는 정도고 실제 전력심의위원회로 넘기진 않고 있다”며 “올해 데이터센터로는 신규 수전이 단 한건도 안 나온 걸로 안다”고 전했다.
재행정예고 이후 정부 규제심사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로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시점은 내년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데이터센터 업계는 재행정예고안에서조차 사업자들의 지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여전히 제도 시행을 둘러싼 잡음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기존 안은 기술 항목(60점)과 비(非)기술 항목(40점) 중 합계 70점을 받아야 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다면, 재행정예고안에선 기술(60점)·비기술(20점)·정책(30점) 평가로 항목을 재분류하고 배점을 확대해 사업자 부담을 다소 덜어낸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존 행정예고 당시 문제점으로 지목한 일부 불합리한 평가항목들이 이번 재행정예고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계약전력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자가발전기를 설치해야 만점(배점 10점)을 받을 수 있는 평가 항목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는 “계약전력이 큰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사실상 최소 점수인 2점(20% 설치) 확보도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그럼에도 자가발전원을 50% 이상을 확보하라는 것은 한전의 전력공급 의무를 사업자에 전가하는 형태”라고 언급했다.
반면에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요구해온 전력계통영향평가 대행수수료 상한선 지정 등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 업계에 따르면 대행업체들은 평가 비용을 데이터센터 수전용량 10mW당 1억~1.5억원씩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40mW 규모 데이터센터라면, 사업자 입장에선 평가 한번에 최대 6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그동안 과도한 대행수수료 청구를 방지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재행정예고안에선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여러 의견수렴을 해줬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며 “하지만 산업부가 어떻게든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커서 이 이상의 보완은 없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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