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앱 CTO “금융권 AI 도입 성공률 50%...데이터 관리가 해법”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한국의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는 매우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정입니다. AI와 클라우드가 금융 서비스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한 조치라고 봅니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스티브 래컴(Steve Rackham) 넷앱 금융 서비스 총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최근 한국의 금융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다만 그는 “AI를 도입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90%에 달하지만, 실제 도입에 성공한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현재 금융권이 직면한 과제도 지적했다. 더 놀라운 점은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데이터 중 68%가 한번도 활용되지 않은 채 저장만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래컴 CTO는 방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금융권 AI 도입의 핵심 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서비스 업계는 AI를 가장 오랫동안 활용해 온 분야”라며 “트레이딩부터 사기 감지, 자금 세탁 방지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적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생성형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장으로 AI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40년간 축적해 온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GPT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금융사기 감지 분야에서도 AI가 적극 활용되면서, 고객 자산 보호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신뢰도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 AI 도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고객 서비스 개선을 통한 수익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다. 래컴 CTO는 “과거 자산관리 서비스가 소수 자산가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AI를 통해 이제는 일반 고객들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관리 문제다. 넷앱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 데이터 관리에 대한 고객 신뢰도는 6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래컴 CTO는 “최근 EU AI 법안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어떤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고, 누가 접근 가능하며,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앱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블루XP’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솔루션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개인정보와 민감정보를 식별해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어ᄄᅠᇂ게 활용할지 파악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래컴 CTO는 “한국이 매우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AI와 클라우드가 금융 서비스 혁신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내 금융권의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 래컴 CTO는 점진적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대규모 AI 도입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샌드박스로 먼저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온프레미스 환경으로 확대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특히 넷앱 스토리지 운영시스템(OS)인 '온탭'은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과 온프레미스 환경 모두에서 동일한 데이터 관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들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AI를 도입할 수 있다.
래컴 CTO는 AI 시대 지속가능한 데이터 전략 수립도 강조했다. 그는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데이터량이 1요타바이트(YB)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며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를 통해 비용을 절반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AI의 높은 전력 소비 문제를 지적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AI 인프라 구축이 향후 금융권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넷앱은 최근 고성능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AI 전용 스토리지 시스템 'ASA A 시리즈'를 출시했다.
금융기관들이 이미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보유한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래컴 CTO는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들이 데이터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지능형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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