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도체 시장, 정확성·신중함의 무게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AI 서버 구현에 필수적인 GPU를 제작하는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장의 중심에 섰고, GPU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크게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망에 포함된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가며 주가 상승과 투자 확대의 수혜를 누렸지만,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벗어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AI 기술의 중심이 되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강화될수록, 반도체 기업들 간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업체로서 AI 사업의 성패가 엔비디아에 의해 사실상 좌우되는 양상이다 보니, 이와 관련한 정보도 범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AI 반도체 기술 개발과 공급 계약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각종 소식에 투자자와 기업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비디아라는 중심축이 가져온 새로운 산업 지형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퍼질 수 있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데 있다. 지난 5월 국내서 삼성전자가 HBM 제품 테스트에서 엔비디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평소 시장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당시 이례적으로 해당 소식에 대한 공식 대응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영향이 있었다.
이후에도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가 반복됐다. 최근 SK하이닉스가 HBM 생산에 사용되는 D램 물량을 늘린다는 사실과 함께 구체적인 수치를 특정하기도 했다. AI 시장 확대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물량 확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긴 했으나 불분명한 수치에 따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북미 주요 빅테크 기업에 커스텀형 HBM4를 단독 공급 소식 역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모든 주요 업체에 동시다발적으로 주문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확한 정보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의 기술력과 공급망 전략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전달될 경우, 실제 경쟁력에 대한 오인과 투자 심리를 흔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중한 정보 관리와 명확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반도체와 같은 민감한 산업의 특성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는 기업 간 경쟁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산업의 주기가 짧고, 기술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분야에서는 작은 정보의 왜곡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반도체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막중해져야 한다. 사실에 기반한 전달과 신중한 해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업계는 물론 이를 둘러싼 모든 주체가 정보의 무게를 신중히 받아들이고, 정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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