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트럼프 리스크·탄핵 정국까지…하반기 전략회의 나선 재계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연말 정기 인사·조직 개편을 마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전략회의 기간에 돌입하며 내년 사업 계획 마련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된 가운데, 국내 비상 계엄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주요 사업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부문별 점검에 나선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임원이 모여 사업 부문별 업황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 계획, 신성장 동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가전·모바일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오는 17~18일, 반도체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19일에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주재한다. DX부문에서는 200여 명, DS부문에서는 100여명 임원진이 회의에 참여한다.

올해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미래 사업 전략과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본격 출범하면서 커지게 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주력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DX부문에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가 추진해 온 관세 정책이 2기에서도 이어질 만큼, 현지 생산·수출하는 사업부문에 대한 환경 변화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과 웨어러블 기기, 확장현실(XR) 제품 출시 등에 대한 논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S부문에서는 올해 위기를 맞이한 반도체 사업 내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 등에 대한 경쟁력 회복 및 사업 성과 도출 방안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력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대응 전략, 파운드리 내 선단 공정 안정화 등이 주된 전략 방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운드리사업부에서는 내년에 집중할 영역을 4나노미터(㎚) 공정 등 비교적 성숙기에 접어든 주력 공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등 미래 기술 선행 개발을 지속하는 방향은 유지하지만, 현재 주력이 된 공정의 고도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만 TSMC 등 선두 업체를 빠르게 쫓아가기보다 파운드리업의 서비스 기조 강화, 신뢰성 회복으로 차기 공정을 준비하겠다는 목표로도 읽힌다.

LG그룹은 지난 12일 구광모 대표(회장) 주재로 사장단 협의회를 개최해 내년 사업 전략을 위한 준비에 나선 바 있다. LG전자 역시 조만간 조주완 대표(사장) 주재로 국내외 임원 300여명이 모이는 확대 경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달 초 정기 인사·조직개편을 마무리한 SK그룹은 별도 공식 전략회의를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 11월 CEO 세미나 등을 주요 전략회의로 활용하는 만큼 별도 회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올해 초부터 실시한 토요 경영진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4일에도 관련 회의를 통해 비상 계엄 등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대내외적 정세 파악과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재계에서는 이번 주요 기업들의 경영전략회의에서 나올 대응 방안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미·중 경제 블록화의 가속이 예상되는 데다, 비상 계엄 사태 여파 이후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에도 국내 정부의 리더십 공백이 예상되고 있어, 산업계의 의견 반영 및 교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비상 계엄 사태·탄핵 정국이 곧바로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당장 내년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할 행정명령이나 정책 집행에 우리 측 의견 반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주요 산업에 대한 국가전 양상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홀로 대응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회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달 중순 서울 양재 본사에서 하반기 글로벌 권역본부장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회의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여는 정기 회의로 북미, 유럽, 중남미, 중국 등 주요 권역 본부장이 모두 모여 대응 전략을 논의한다. 최근 정세 불안이 확대되고 탄핵 정국에 따른 정부 지원이 불투명해진 만큼, 주력 시장인 북미 협상·대응을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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