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부도덕한 투기자본 전락”…‘제2의 고려아연’ 사태 우려
- 8일 국회 토론회, 국가기간산업·고용 보호, 연기금 역할 논의
- 사모펀드 공격에 무방비 현실…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제도화 주장
- “국민연금, 경제안보 관점에서 적극적 의결권 행사해야”
[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민병덕·강선우·강준현·권향엽·김남근·김원이·김태선·박상혁·박희승·서영석·이정문·허성무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기금이 경제안보 수호 관점에서 적대적 M&A 대상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경영권 방어수단이 거의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정상화하는 노력보다는 비용 절감에 매몰돼 노동자를 대거 해고하고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폐해들이 지적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거나 경제적 약자를 어렵게 하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통제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적대적 M&A의 목적이 단기 차익 실현일 경우 기업의 장기 성장보다는 즉각적인 수익 실현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부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와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1.1%로 나타났다”며 “사모펀드가 자신들의 책임과 역할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하면서 ‘부도덕한 투기자본’이라는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해 노동자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MBK와 영풍에서는 고용 안정에 대해 걱정 말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매일 숨막히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혜진(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2024년 상반기에 1조5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했는데 이를 두고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며 “공적자금의 공공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희승 민주당(법제사법위원회) 의원도 “연기금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제2, 제3의 고려아연 사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 변호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질적으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사모펀드의 국가기간산업 투자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국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CFIUS) 사례를 참고해 인수 심사 기구를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 제도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중심으로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여러 법안으로 산재돼 있는 만큼 통합된 법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사모펀드가 적대적 M&A에 나섰을 때 기업에 경영권 방어수단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역시 “한국 자본시장은 경영권 공격수단이 가득하지만 방어수단은 자기주식 취득 뿐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며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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