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콘텐츠

[스타트업 법률상식158] ‘패스트무비’의 저작권 문제

이지윤 변호사 [ⓒ 법무법인 민후]
이지윤 변호사 [ⓒ 법무법인 민후]

[법무법인 민후 이지윤 변호사] 영화를 보러가거나 드라마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흔히 유튜브에서 예고편과 티져 영상을 찾아본다. 영화 제목을 검색창에 찾아보면, 배급사 등에서 올린 예고편,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영화 소개 영상 클립과 함께 영화 유튜버들이 올린 리뷰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리뷰 영상의 다수는 유튜버의 감상과 의견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는 최근 문제되는 ‘패스트무비’도 있다.

‘패스트무비’란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의 주요 장면을 발췌하여 줄거리를 요약한 콘텐츠이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사는 자사의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패스트무비’를 만들어 게시한 유튜브 채널에 대하여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패스트무비’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첫 고소 사례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 전 ‘패스트무비’ 채널 운영자들의 책임을 인정한 민·형사 판결이 선고된 바가 있다.

유튜브는 어떤 콘텐츠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권리자에게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원작자로부터 이용에 대한 허락을 받지 않은 채 ‘패스트무비’ 영상을 제작하여 게시한 유튜버는 아직 영상에 대한 삭제 요청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게시한 영상에 저작권법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유튜브가 제공하는 저작권 침해 신고 기능은 소송 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사전적인 절차일 뿐이므로, 자신이 게시한 영상에 대한 삭제 신고가 없는 경우에도 저작권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볼 필요는 있으나,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제작한 ‘패스트무비’ 영상은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농후하다고 보인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우선 허락 없이 이용된 영상이 저작물에 해당하여야 한다. 저작권법 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최소한의 독창성이 인정되는 저작자의 정신 활동이 표현된 것을 말한다. ‘패스트무비’에서 문제되는 영화 또는 드라마 시리즈는 영상저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자는 그에 대한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을 보유한다. 따라서, 이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23조 이하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한다.

그렇다면 ‘패스트무비’ 영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일까. ‘패스트무비’의 경우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과 공중송신권이, 그리고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 먼저, ‘패스트무비’ 제작자는 영화 및 드라마 시리즈의 영상을 녹화 등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 받음으로써 복제권을 침해하게 된다.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인 2차적저작물작성권를 가진다. ‘패스트무비’는 원저작물에 해당하는 영화 및 드라마 시리즈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지고, 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위 영상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창작성이 부가된 경우에는 이를 2차적 저작물로 보아 원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후 ‘패스트무비’를 제작한 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해당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으로 저작자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게 된다.

‘패스트무비’에서 문제되는 저작인격권은 동일성유지권이다. 동일성유지권은 타인이 함부로 저작물을 변경하지 못할 것을 구하는 권리로, 이에 근거하여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10분이라는 짧은 ‘패스트무비’에 담는 과정에서 원저작물의 내용과 형식의 동일성은 훼손되게 되므로, ‘패스트무비’ 제작자는 원저작물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도 침해하게 된다 할 것이다.

저작권법 위반죄는 보통 친고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나, 그 행위를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패스트무비’를 유튜브에 업로드하여 그 대가로 수익을 얻거나 여러 번 ‘패스트무비’ 영상을 게시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또한, 유사한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한 사람들이 많으므로 자신이 업로드한 영상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폰트 및 영화 다운로드 등 대규모 저작권법 침해 고소 건이 진행되었던 선례를 고려할 때, 저작권 침해를 한 사람의 수가 많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에 대하여 민·형사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그 이용에 대한 허락 내지 동의를 받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사용 기간 및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에 관하여 정해두어야 한다.

나아가, 영상저작물에 관한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해당 영상을 업로드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얻기 위하여 형사 고소 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가 영상을 확인하고 단순히 이를 삭제하기만을 원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해당 영상물에 연락처를 기재해 두는 것도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지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