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김보민·오병훈기자]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박람회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참가 성과를 정리하는 단계에 돌입한 이들 기업은 "막연하기만 했던 인공지능(AI) 시대가 저물었다"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 개념 넘어 도입으로…삼성SDS·에스넷 "구현·응용법 논의"
CES 현장에서 관람객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전시부스에서 협업용 생성형 AI 서비스 '브리티 코파일럿'과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 업무 자동화 솔루션 '브리티 오토메이션'을 소개했다. 특히 해외법인과 영상회의, 해외시장 데이터 분석, 제품 출시국의 법률·규제 모니터링 등 실제 업무 상황과 유사한 시나리오를 짜 시연을 했다.
삼성SDS 참관 관계자는 "올해는 기업들의 상황과 잘 맞는지, 도입 방법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며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의심이 아닌 실제 구현된 서비스를 가지고 토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성과"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번 CES 2025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AI'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는 구체적인 유즈케이스 없이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기술적이고 개념적인 측면에서 AI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 CES에선 AI 기반 서비스·솔루션·제품 등 실제 상품화 또는 사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삼성SDS도 CES 2025를 통해 소개한 자사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고도화 버전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보일 예정이다. 삼성SDS는 이번 CES에서 세계 최초로 하나의 회의에서 3개 이상 언어를 동시 인식해 실시간 통번역하는 브리티 코파일럿의 '언어 장벽 없는 회의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별도 명령 없이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브리티 코파일럿의 '퍼스널 에이전트' 기능도 공개했다.
그룹사 차원에서 CES 참관단을 꾸렸던 에스넷도 이번 CES에서 주요 전시관을 방문하고 글로벌 기술 동향을 파악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 파트너 발굴에 매진했다. 지난해에 이어 2기에 접어든 참관단에는 에스넷시스템, 굿어스데이터, 굿어스스마트솔루션, 인성정보, 인성디지탈, 아이넷뱅크 등 그룹사 우수 인재들이 참여했다.
에스넷 참관 관계자는 "당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클라우드 MSP(관리서비스) 업무와 연관 지어 다양한 산업군에서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및 서비스에 대한 적용 분야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진행 예정인 프로젝트 또는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반영해 응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 휴먼AI 승부수 띄운 이스트소프트…"현지 제휴 확대 집중"
AI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도 AI 시대가 본격화된 점을 체감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AI 소프트웨어(SW) 기업 이스트소프트에서는 휴먼 AI 서비스 '페르소닷에이아이(PERSO.ai)'를 앞세워 참가했다. 이스트소프트는 페르소닷에이아이는 가상 인간 생성 기술을 통해 방송, 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동 더빙 기술도 제공하고 있어 다국적 향 서비스 특화 전략의 선두로 페르소닷에이아이를 꼽은 모습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이번 이번 CES 현장을 다양한 AI 서비스 트렌드를 살피고, 다채로운 플랫폼과 제품을 살필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특히 AI의 무궁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전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 도입 가능성을 보았다는 설명이다.
이스트소프트는 관계자는 "현실적이고 유용한 AI 서비스 도입에 대한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각 회사들이 자사 플랫폼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AI SW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가장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스트소프트에서 개발한 페르소닷에이아이와 같은 AI 아바타가 다양한 곳에 실제로 적용되고, 많은 유스 케이스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약 500곳 B2B 고객을 만났는데, 비디오통역사(Video Translator)는 방송,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고, AI라이브챗(AI Live Chat)은 관광, 가전, IT 회사 등에서 자사 플랫폼에 적용해보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스트소프트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도 다양한 제휴처 확보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레전드 선수 AI 휴먼화 ▲미국 최대 은행 사업자와 외국인 고객을 위한 콘텐츠 현지화 ▲1만2000명 공인중개사를 보유한 미국 부동산 회사와 AI 공인중개사 개발 등을 논의 중이다.
이외에도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모빌리티 기업 ▲TV, 스마트폰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가전 기업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뷰티 기업 ▲글로벌 유튜브 채널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약 20개 기업이 페르소닷에이아이 글로벌 확장을 가속하기 위한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스트소프트 관계자 설명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CES에서 만난 모든 회사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AI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글로벌 기업들 모두 이번 CES에서 얻은 소비자 의견과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AI 기술들을 기반으로, 더욱 생활에 밀착된 AI 서비스들이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사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례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스트소프트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Intel)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 결과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자들과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초연결 시대, 보안 방패 '필수'…아우토크립트 "법규 준수 관심↑"
미국 시장을 겨냥한 보안 기업 또한 현장을 찾았다. 모빌리티 SW 및 보안 기업 아우토크립트는 미래차 안정성을 보장할 보안 테스팅 통합 플랫폼 '아우토크립트 CSTP', 차량내부보안시스템 '아우토크립트 IVS', 협력자율주행 보안 솔루션 '아우토크립트 V2X'를 공개했다.
CSTP는 차량 보안 취약점을 한 번의 테스트로 검증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자동화된 테스트 기능을 제공해, 보안 테스트 과정을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차량 제조사들이 보안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IVS는 차량 내부 전자제어장치(ECU)와 통신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이상 신호를 탐지하는 기술이다. V2X는 차량, 도로 인프라, 기타 차량 간 통신을 보호하는 기술로 표준(IEEE 1609.2)에 기반해 설계됐다.
아우토크립트는 AI는 물론, 초연결 시대를 체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우토크립트 관계자는 "이번 CES는 초연결 시대의 도래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AI와 관련된 기술이 모든 산업 중심에서 두드러졌고 자율주행, 스마트 홈,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모빌리티 산업 내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올해는 작년보다 30% 이상 더 많은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참여해, CES의 'C'가 'Car(자동차)'를 의미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AI에 대한 평가 또한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AI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AI가 실제 산업과 생활에 스며들어 현실화된 기술로 자리 잡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CSTP가 기대 이상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최근 발효된 유럽연합(EU) CRA(Cyber Resilience Act) 영향으로 CSTP가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건설 장비, 스마트홈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솔루션으로 부각됐다"며 "CRA는 연결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에 사이버보안 요건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CSTP는 이러한 요건에 부합하는 보안 테스트와 인증 과정을 지원해 법률 준수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률 준수 방법을 공유하기 위한 시연 공간도 마련했다. 아우토크립트는 "CSTP 데모를 통해 보안 법규 준수 과정을 단계별로 시연하며, 관람객과 업계 관계자에게 솔루션 효용성을 소개했다"며 "전시 이후 CSTP와 관련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는 미팅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이번 출장을 계기로 향후 사업 전략에도 속도를 올린다. 이 관계자는 "CES 2025를 통해 다양한 지역과 산업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자사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TS(Technical Service)' 인증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자동차 OEM 및 부품사들이 글로벌 보안 규제 준수를 위해 인증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RA 발효로 보안 규제가 주요 산업군으로 확대되면서, CSTP 적용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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