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플랫폼 정책이 불편한 이유 ‘모순’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중국 초나라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면서 말하길 이것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이고, 저것은 어떤 창이라도 다 막을 수 있는 ‘방패’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인이 팔고 있는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

유명한 이 일화는 ‘모순’의 유래다. 최근 정부가 플랫폼 산업을 겨냥한 정책 행보를 보자면, 마치 창과 방패를 파는 초나라 상인을 떠오르게 한다. 창은 ‘규제’요, 방패는 ‘진흥’이다. 현 정부는 플랫폼 규제 강화를 현실화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산업 진흥을 통해 글로벌 과실까지 얻고자 한다. 문제는 일관되지 않은 플랫폼 정책 방향은 오히려 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움직임이 바빠졌다.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독과점 심사지침’을 발표하고, 내‧외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제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부활을 시사했다. 빅테크 기업 인수합병(M&A) 허들도 높이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제재에 착수하는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선 창작자 저작권 침해 혐의 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플랫폼 산업에 관심이 집중된 시기를 놓치지 않고, 법안을 쏟아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 ‘2022 인터넷산업규제 백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년간 총 150개 인터넷산업 규제안이 발의됐다.

그런데, 정부는 산업 진흥을 위해 플랫폼 자율규제를 여전히 외친다. 실제로, 자율규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 자율기구를 마련해 민감한 수수료 이슈 등에 대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물론,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한편으로 플랫폼을 규제하고 있지만, 국가 미래산업과 관련해서도 기대하는 바가 분명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4이동통신사 경우만 보더라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후보에 올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도 규제 심화와 성장 정체를 우려하고 있는 플랫폼들이 수조원의 투자비와 규제 직격타를 감당해야 하는 통신사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주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기업을 넘어 재벌기업을 넘볼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는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진흥과 규제를 함께 가져가려면 산업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분석부터 거쳐야 한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을 위해 2~3년에 걸친 실태조사를 거치고, 규제영향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업계는 규제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정부 정책과 법적 규제는 강해지고, 여기서 다루지 못하는 문제는 자율규제 측면에서 논의해야 한다. 현 정부가 자율규제를 주창했기 때문에, 진흥에 초점을 맞출 줄 알았던 플랫폼 업계는 리스크만 더 커졌다는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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