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끔찍해서 달린다”…네이버 전무의 이RUN 저RUN 삶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난 한 놈만 패!” 한국 코미디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회자되는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배우 유오성은 이런 명대사를 날린다. 자칭 매일 뛰는 남자(이하 매뛰남) 원윤식 네이버 대외커뮤니케이션 전무는 달리기에서 ‘한 놈’은 바로 문지방이라고 강조한다. 일단 문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달리기는 반 이상 성공했다는 의미다.

원윤식 전무<사진>는 20여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건강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8년 전부터는 본격적인 울트라 러너(마라토너보다 더 장거리를 뛰는 러너) 삶을 살고 있다. 매일 평균 10킬로미터(km)를 달리는 것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는 그는 지난해 1월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매일 뛴 기록과 그날의 감상을 적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은 지난 2월 ‘끔찍해서오늘도달립니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원 전무를 매일 달리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최근 <디지털데일리>는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원 전무를 만났다.

달리기에 도가 튼 그도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하루하루가 자신과의 갈등”이라고 말한다. 안전한 이불 속이 주는 안정감을 깨는 건 생각보다 큰 의지가 필요해서다. 그런데도 원 전무가 잠을 줄이면서까지 뛰는 건 달리지 않은 일상이 더 힘들어지는 느낌을 몇 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사람을 만나는 게 주 업무이다 보니 스스로에 집중하는 달리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 원 전무 설명이다.

사내와 동네 러닝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도 혼자만의 달리기를 즐기는 것도 그래서다. 그에게 달리기는 명상과 동질성이 있다. 즉, 내면으로 향하는 구실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발을 내딛고 팔을 젓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나를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그에 대한 보상도 만만치 않다”고 원 전무는 말했다.

사진 제공=원윤식 네이버 대외커뮤니케이션 전무
사진 제공=원윤식 네이버 대외커뮤니케이션 전무
지금까지 원 전무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풀코스는 물론이고 ▲북한강 100km 울트라 ▲한라산 80km ▲지리산 화대 종주 48km ▲영남알프스 40km ▲동두천 코리아 50km 등을 달렸다. 원 전무는 “자신도 너무 과도하게 뛴다”고 생각하면서도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고 웃었다. 달리기로 느끼는 ‘자뻑’(자신에게 푹 빠져 있는 일)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실제로 울트라러너 중에는 원 전무 같은 50대부터 60대가 많은 편이다. 이에 원 전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신체 기능이 급격히 허물어지는 걸 느낀다”며 “그에 대한 반항심과 발악이 중장년을 울트라러너로 만드는 데 한몫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젊은 층은 속도와 기록을 중시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아무리 연습해도 일정 속도를 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원 전무는 빨리 달리는 대신, 더 멀리 오래 달리는 방식을 택했다. 약 100km 이상을 뛴다고 하면 쉬는 시간을 포함해 평균 페이스는 1km당 7~8분 수준이다. 웬만하면 6분으로 페이스를 맞추려고 하지만 거리가 길어질수록 속도도 조절하게 된다고 한다. 산악을 달릴 경우에는 페이스를 가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원 전무는 이렇게 오래, 많이 달리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고 러너 생활을 이어왔다. 그 비결로는 “인터벌 러닝(빠르게 뛰기와 천천히 뛰기를 반복하는 운동) 같은 고강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인터벌이 근육 가용범위를 늘리고 심폐기능을 향상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탈이 나기 쉬워 신중해야 한다는 게 원 전무 지론이다. 그가 기록 대신 완주 욕심만 부리고 근력운동에 소홀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그는 울트라러너로서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 도로 200km, 산악(트레일런) 100km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정도 거리를 무사히 완주하려면 체력적으로 많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일단 이달 초 ‘청남대 울트라 100km 마라톤’에 나갈 예정이다. 가을에 한라산 일대를 달리는 산악 100km 마라톤도 신청해놨다. 원 전무는 “2023년은 국내 대회에 집중하고, 여유가 생기면 UTMB(알프스산맥을 달리는 대회)같은 해외 극강의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섭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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