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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지털 물가 하락…내년 이커머스 업계 ‘청신호’?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디지털 물가 지수 역시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가운데, 최근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 물가가 전년대비 3개월 연속 하락한 것. 내년 미국 경제침체 경고음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선 물가하락에 따른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유통업계 저성장 전망 속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주목된다.

13일 어도비(Adobe)가 발표한 지난 11월 디지털 물가 지수(DPI: Digital Price Imdex)에 따르면, 올해 11월 온라인 가격(물가)은 전년동월대비 1.9%, 전월대비 3.2% 하락했다. 전년동기 기준으론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2020년 5월 이후 지난 31개월 중 가장 큰 폭으로 낮아졌다. 또한 DPI 대부분 범주(18개 카테고리 중 15개)는 전월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어도비 DPI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모델로 하며, 피셔가격지수를 활용해 온라인 물가를 추적한다. 통계 작성은 어도비 애널리틱스가 1조건 이상 소매 웹사이트 방문 데이터 및 18가지 품목에 걸친 1억개 이상 재고(SKU)를 대상으로 한다.

11월 전반적인 온라인 물가 하락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 기간을 지나며 상품 가격을 대폭 할인한 영향이 컸다. 특히 PC는 온라인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18%, 전자제품은 같은 기간 대비 13.4%로 크게 떨어졌다. 두 카테고리 모두 어도비가 2014년 온라인 가격 추적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는 설명이다.

장난감과 전자제품 같은 품목 가격 하락은 11월 수요를 가속화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11월 이커머스 시장에선 매출 1165억달러(약 152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1.7%, 전월대비 62.5% 증가한 수치다. 어도비는 “이 수치는 단순히 가격 상승이 아닌 DPI가 1.9% 하락한 상황에서 신규 수요에 의해 주도된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쇼핑 열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11월25일) 미국 소비자 온라인 쇼핑 지출액은 91억2000만달러(약 12조원)로 사상 처음 90억달러를 넘겼고, 전년대비 2.3% 늘었다. 블랙프라이데이 후 3일간 진행되는 온라인 쇼핑행사 사이버먼데이에서도 소비자들은 112억~116억달러(약 14~15조원)를 소비하며 매출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온라인 매출은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하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당시 코로나19로 공급망 이슈로 물류대란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재고가 부족, 소비자들 쇼핑 시기도 분산된 원인이 있었다.

다행인 점은 내년이면 공급망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2023년 공급망 정상화가 가시적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대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류 및 화물업계 지표인 LMI(Logistics Managers’ Index)에 따르면 미국 물류와 공급망이 지난 9월 기점으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 어도비 부사장은 “11월 온라인 가격 하락은 사이버먼데이 및 블랙프라이데이 등 주요 할인 행사에 기인한 것이지만, 전반적인 이커머스 인플레이션 냉각 징후도 보인다”며 “본질적으로 홍보가 필요 없는 식료품 부문도 늦여름과 초가을 가격 상승 최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물론 내년에도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에 따라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물가 연속 하락 지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 연계돼있어, 일반 소비자물가와 다르게 전 세계 물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3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서 내년 소매시장 성장률이 올해 대비 1.8%에 그쳐, 코로나 이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단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쇼핑이 4.6%로 백화점(4.2%)과 편의점(2.1%)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대형마트(-0.8%)와 슈퍼마켓(-0.1%)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에 비해선 온라인쇼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통산업은 기술·사회·소비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 키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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