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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스스로를 되돌아보다

이대호 기자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온라인 게임업계가 쉼 없이 달려왔던 2010년도 이제 마지막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게임업계에 물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어떤 일이 기억에 남느냐 말이죠. 다양한 답변 가운데 미리 입 맞춘 듯 같은 답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게임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사(참조: 온라인 캐주얼게임 ‘빈익빈 부익부’)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이러한 현상이 캐주얼 게임에 국한된 얘기는 아닙니다. 올해는 M&A(인수합병)로 업계 지도가 새로 그려지면서 가진 자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습니다.

M&A가 일어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물이 나오기 때문이죠. 판다고 얘기가 나와야 거래가 이뤄지지 아무 얘기도 없는 업체에 가서 사고 싶다고 해서 극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피인수 업체도 여기저기 찔러보고 서로 마음에 드는 가격이 나와야 하기에 올해 게임업계는 1년 내내 M&A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매물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중견이나 중소 업체가 홀로서기에 현재 게임업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기 때문입니다. 신작이 성공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하는데 업체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것이죠. 올해 출시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게임은 ‘프리스타일 풋볼’과 ‘마비노기 영웅전’, ‘프로야구 매니저’ 정도입니다.

퍼블리셔인 지아이게임즈 권영식 대표는 “한해 50~60종 게임이 나와 월 매출 2억원을 넘기는 게임은 10%정도”라며 “2억원이면 중소 개발사가 비용을 줄여 겨우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업계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테라’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개발비 400억원을 넘긴 ‘테라’가 실패하면 향후 게임산업에 대한 외부 투자가 메마를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금이 넘치는 대형사에겐 크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테라’의 성공이 급한 곳은 중소업체죠.

‘테라’가 흥행을 해도 중소업체들은 먼 산을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최소한 ‘테라’급의 게임이 나와 줘야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는 가진 자들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1년도에도 이래저래 중견‧중소업체는 힘든 시기가 될 듯 하네요.

문화부와 여성부의 첨예한 갈등상황도 게임업계가 떠올린 소식이었습니다. 베드(Bad) 뉴스죠. 법안 상으로는 셧다운 이중규제가 해소됐다지만, 규제기관이 둘로 나뉜 것이 문제입니다. 법 개정이 한번 되면 바뀌기 힘듭니다. 다른 규제의 칼날이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짊어져야 할 시름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 제도에 게임업계가 조직적으로 대응 못한 것이 아쉽다”며 “산업협회 쪽이나 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액션이 부족했다”고 당시 업계의 대응을 자평했습니다.

게임업계의 대정부 활동이 미약했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게임 과몰입(중독)과 사행성 이슈 등이 적극적인 활동에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게임업계가 나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사회에 노출시켜 언젠가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회활동에 나서면 어렵다는 것이죠.

이 밖에는 게임쇼 지스타 흥행이 기억이 남는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행사에 28만명이 입장해 여타 글로벌 게임쇼와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지스타가 온라인게임에 치우친 것이 약점이지만 잘 활용하면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는 콘솔업체와 아케이드 업체가 단독부스를 마련해 행사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공헌 얘기도 나왔습니다. 올해는 이전 활동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예전 게임업계가 사회공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면, 올해 들어서는 업체 전사원이 나서 보다 광범위 분야에 접근하는 공헌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제 프로세스화도 되고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홍보로 많이 활용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고 하네요.

게임업계 관계자는 “가수 김장훈씨의 기부가 이슈가 되면서 다른 사람들도 기부를 많이 한다”며 “큰 업체에서 사회공헌을 홍보에 많이 활용하면서 더욱 튼실한 사회공헌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왼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공헌이 업계 전반의 분위기로 굳어지면 대외적으로 산업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씀씀이 자체도 더 커질 필요도 있습니다. 게임 이용자에게 기부목적의 아이템 판매를 통한 사회 환원도 좋지만 업체가 직접 움직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2010년은 정말 갈등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앞서 언급은 없었지만 e스포츠 저작권도 여전히 갈등으로 남아있습니다. 성장통이라고 해 둘까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새해를 맞이할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고 싶네요. 2011년에는 묵은 갈등이 해소되고 태평한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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