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정책통계

한국식 ‘사이버치료체계’와 MS의 ‘집단 방어’ 모델

이유지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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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RSA 컨퍼런스 2011’에서 스콧 차니(Scott Charney) 마이크로소프트 TwC(Trustworthy Computing) 부사장이 사이버위협에 보다 능동적이고 사전예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 보건(publec Health) 모델을 차용한 ‘집단 방어(Collective Defense)’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에 적용하자고 강조한 이 진보된 ‘집단 방어’ 모델이 우리 정부가 지난 2009년 7월에 발생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이후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치료체계’를 비롯한 좀비PC방지 방식과
아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부(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가 주축이 돼 추진한 사이버치료체계는 어쩌면 한국판 ‘집단방어’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좀비PC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악성프로그램 확산 방지 등에 관한 법률’ 제정까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MS가 강조하는 이 모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발표를 듣기 전에는 몰랐는데, MS의 ‘집단 방어’ 모델은 작년 10월에 공식 발표된 것 같습니다.(읽어보진 못했지만 관련 포스팅이 MS 사이트에 있네요.) ‘집단 방어’라는 이름을 사용하진 않았어도 작년 상반기에 개최한 ‘RSA 컨퍼런스 2010’ 기조연설에서 차니 부사장이 비슷한 개념을 언급했다고 하더군요.

MS는 무엇보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문제, 인터넷 접속과 보안 사이에서 충돌되는 이슈, 쉽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등 나타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조연설 후 차니 부사장이 이와 관련해 또 포스팅을 했군요. (아주 부지런하시네요.)

‘집단 방어’ 모델은 기업이나 개인이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화벽, 안티바이러스, 보안패치 자동업데이트를 사용하고 위험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지만, 위협을 막는데 충분치 못하다는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특히 개인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접근입니다.

그나마 기업은 CIO나 CSO 조직 또는 개별전문가를 통해 위협을 관리할 수 있지만 IT나 보안을 잘 알지 못하는 개인들은 방치돼 있어, 제로데이 취약점을 악용하는 신종 공격, 분산서비스거부(DDoS)를 유발하는 봇넷에 감염되는 일이 생기죠.

따라서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개인의 기기의 안전성(health)을 확실히 함으로써 IT생태계(에코시스템)로 연결된 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하고 새로운 위협에 대한 사전대응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집단 방어’ 모델의 기본 철학입니다.

스콧 차니 부사장의 기조연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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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방어’ 전술, 왜 필요한가

그는 “세계 여러 국가들이 사이버보안전략을 고심하고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 이유로 “사람, 조직, 정부가 모두 서로 공유돼 있고 통합된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어, 여기에서 공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공 보건 모델을 적용한 ‘집단 방어’와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배경입니다.

“인터넷은 물리적 환경에서처럼 군대와 국민을 구분할 수 없다. 악성 패이로드와 정상적인 패킷도 혼재돼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정부가 군에 사이버위협에 대응토록 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 문제로 사람들은 원치 않을 것이다.”

“공격의 속도는 아주 빠르다. 우리의 대응 능력을 능가한다. 공격으로 인한 결과, 영향도 예견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세상은,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의존도는 이미 커졌고, 컴퓨터나 휴대폰,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확산되고 있고 앞으로 모든 기기에 인터넷 센서가 들어갈 것이다.”

위협의 발전, 그리고 환경 변화가 핵심입니다.

차니 부사장이 연설할 때 보여준 데모 영상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As the Internet and cloud have grown to be part of the fabric of society, societal expectations for security, reliability and privacy are intrinsic.”

차니 부사장은 이런 환경 변화로 “데이터 중심적인 세상(Data-Centric world)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 보안과 프라이버시가 모두 필요하고, 아이덴티티관리의 중요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집단 방어’ 모델의 진화

위협을 집단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과정도 소개했습니다.

“1980~1990년대 사이버 위협이 처음 생겨나면서 기업들이 방화벽과 침입방지, 안티바이러스를 구축하고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 정부와 산업이 서로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집단 방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 왔다.”

이제 MS는 인터넷에 공공 보건 모델에 착안해 인터넷에 적용할 수 있는 ‘집단 방어’ 모델'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공공 보건 모델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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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인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손을 씻어야 하고 소매에 기침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또 백신도 맞는다. 병에 걸려 아프면 치료하고, 또 SARS, H1N1(신종 플루)처럼 병이 아주 빠르게 전파할 때면 대응할 수 있는 국제적인 체계를 만든다. 나라마다 국가건강기구를 두고 있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람은 기온을 재 높게 나오는 사람, 즉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격리돼 치료를 받게 하기도 한다. 나 한명이 아니라 다수(the good of many)를 위해서이다.”

이같은 공공 보건 활동을 IT를 활용해 대입해보니 참 비슷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까지 한계를 노출했던 사이버위협에 (사후)대응(reactive)하는 방식과는 다른 사전예방(Proactive)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죠.

차니 부사장은 이날 “작년에는 ISP가 공공 부문에서 CIO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기기를 검사해 깨끗한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인터넷으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라며, 작년 RSA 컨퍼런스 2010에서 발표한 것 보다 진보된 ‘집단 방어’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초기 ‘집단 방어’ 모델에서 발견된 문제(flaws)-클레임 기반 아이덴티티관리, 사회적 합의 로 해결

“작년에 말한 이 모델에서 프라이버시 때문에 개인들이 자신의 기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과 ISP에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는 점, 인터넷상 컨버전스 이슈로 인한 격리의 어려움-VoIP를 사용할 때, 긴급한 경우 패치를 설치하고 컴퓨터를 리부팅해야 하는 것과 같은-이 있다는 세가지 문제를 발견했다”며, 해결 방안으로 “‘클레임 기반 아이덴티티(Claim based identity)’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레임 기반 아이덴티티관리는 MS가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보안 방안으로 중요하게 제시하는 기술 방안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은 향후에 공부를 해봐야겠군요.)

차니 부사장에 따르면, 사용자가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고 ISP가 모든 걸 담당하지 않아도 은행과 같은 특정 조직이나 기구가 사용자의 ‘건강 인증서(health certificate)’를 요구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 식의 두가지 차원의 격리가 아니라 문제를 기반으로 맞춤형 위험관리 방안이 적용될 수 있다.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합의’라고 차니 부사장은 강조했습니다.

“개인들이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기기의 안전성을 인증하는 모델이 왜 좋은지 설명해야 한다”며, 흡연을 예로 들었습니다.

“담배는 암을 비롯해 각종 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동안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인정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사람에게도 해를 입히는 간접흡연 이슈가 생기면서 갑작스레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금지됐다.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지만 이웃에 해를 줄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개인의 ‘인터넷접속 기본권’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돌려 말했습니다.

“인터넷 접속을 기본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세계적으로 프레스티지 수준에 올라온 기본권은 많지 않다. 이것이 왜 좋은 모델인지 설명할 것이다.”

“공유돼 있고 통합된 도메인인 인터넷에 접속할 때 내 기기가 이미 봇넷의 일부로 스팸을 유발하고 DoS 공격을 하고 있다면, 이는 전체 생태계의 위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롭게 출현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집단 방어’의 목표, 그리고 SETIPA-Social, Economic, Political, and IT Alignment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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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니 부사장은 “‘집단 방어’의 목표는 모든 위험을 잡는게 아니라 기본 위생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위협이 나타날 때 재빨리 대응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다. 공공 보건 모델은 봇넷 위험과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고민하고 IT와 시장, 사회적, 정치적 합의를 같은 선상에 놓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는 아이덴티티관리시스템로 펌웨어의 신뢰성을 쌓는데(Trusted stack) 주력하고, 아이덴티티 솔루션을 위한 건전한 요구를 계속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보건 모델을 인터넷에 적용할 집단 방어 방안을 고민해 활용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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