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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FPR 3D TV, 풀HD 정말 맞나…3가지 쟁점 분석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3D TV 기술 방식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의 논쟁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각사 수장들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은 자제하자고 언급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나는 양사의 3D TV 비교 시연을 모두 접했고 설명도 충분히 들었다. 삼성전자는 수십명의 엔지니어를 동원해 쟁점별로 종합적·과학적으로 비교 시연을 진행하며 LG 제품의 단점을 꼬집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10일 진행한 비교 시연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선 전자 매장에서도 이 정도 경험은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했을까.

삼성전자는 공개 평가를 받아도 방법과 과정, 항목, 점수가 공개되어야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밝히고 있다. LG는 전문가 집단의 비교 시연도 중요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시연에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그간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양사가 이러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봤다.

◆쟁점 1. FPR 방식은 풀HD 3D 영상을 구현하나

편광 방식은 화면을 구성하는 수평 주사선을 절반으로 분할해 왼쪽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구성한다. 이럴 경우 1080개의 수평 주사선이 540개로 나눠지기 때문에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그간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동의했다. 심지어 LG전자 연구진도 이러한 내용으로 논문이나 보고서를 썼고 외부 강연에 나가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한쪽 눈으로 들어오는 건 풀HD의 절반이 맞지만 머릿속에서 영상이 합쳐져 결국 풀HD가 된다”고 맞서고 있다. 얼핏 말장난 같기도 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운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FPR 방식은 과거의 PR 방식과 비교해 영상을 만드는 부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순차주사방식(프로그레시브, p로 표현)과 비월주사방식(인터레이스, i로 표현)으로 나뉜다. 순차주사방식은 전체 수평 주사선(1080개)을 모두 사용해 영상을 한 번에 뿌려주는 반면, 비월주사방식은 짝수와 홀수로 주사선을 나눠 번갈아 영상을 표현한다.

예컨대 1080p를 지원하는 제품이라면 실제로도 1080개의 수평 주사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1080i 제품은 1080개의 수평 주사선이 필요 없으며 절반에 해당하는 540개만 있어도 1080 해상도의 영상 표현이 가능하다. 화질은 당연히 1080p가 우월하다. 업계에선 1080p를 지원해야만 진정한 풀HD로 분류하며 1080i는 720p와 함께 HD로 분류된다.

LG디스플레이의 FPR 방식 LCD 패널은 왼쪽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구성하기 위해 수평 주사선을 540개로 나눈다. 여기에 변형된 인터레이스 방식을 도입했다. 예컨대 540개의 홀수 주사선이 첫 프레임에서 절반의 해상도를 표현했다면 다음 프레임에서는 나머지 절반의 해상도를 그리는 식이다. 120Hz LCD 패널이니 프레임을 절반으로 나눠도 60Hz면 온전한 1080개의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인터레이스 방식과 비교하면 다른 점은 있다. FPR은 짝·홀수 주사선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용으로 나뉘어져 있는 만큼, 짝수든 홀수든 주사선에 한 번 그려 넣은 영상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영상을 그려 넣는다.

결론적으로 FPR의 풀HD 논쟁은 1080p냐 1080(변형된)i냐의 차이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는 눈이 매우 민감한 이들이 아니라면, 혹은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차이를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HD와 풀HD의 차이를 슬쩍 보고 인지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사양을 정한다면 LG가 주창하는 ‘진정한 풀HD’는 삼성전자의 주장대로 거짓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양쪽 눈을 통해 뇌로 들어온 영상이 뇌 안에서 어떻게 3D로 만들어지는 지는 학회에서도 증명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쟁점 2. SG 방식은 화면겹침과 깜빡거림이 심한가?

깜빡임과 화면겹침은 셔터글래스(SG)의 가장 큰 약점이다. 좌우 화면을 깜빡이면서 번갈아 보여주고 안경이 개폐되는 구조에선 이 같은 약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가 FPR 3D 패널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 제품과 비교해 우위를 강조한 것도 바로 이 깜빡임과 화면겹침 문제다.

다만 셔터글래스는 패널과 TV 완제품의 설계 능력에 따라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 이날 LG디스플이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경쟁사 3D TV의 화면 겹침 수치를 제시했다. FRP은 0.6%로 화면 겹침 수치가 가장 낮았던 반면 A, B, C사로 표현된 경쟁사 3D TV 제품은 최소 2.6%에서 최대 6.8%까지 다양한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점은 이 수치를 뽑아내기 위해 테스트로 사용했던 제품들은 지난해 출시된 구형 SG 3D TV라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3D TV는 패널의 셀 간격을 줄여 반응속도를 20% 높이고 이를 통해 화면 겹침 현상을 크게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3D TV와 전용 안경의 데이터 전송 방식도 적외선(IR)에서 블루투스로 바꿔 간섭 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깜빡임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제품과 올해 신제품을 비교해보면 깜빡임과 화면 겹침은 크게 줄었다.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LG 측도 인정하고 있다. LG는 프레젠테이션과 구두로 삼성전자 3D TV의 깜빡임과 화면 겹침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비교 시연 현장에선 이 같은 지적은 없었다. 삼성전자 제품과 LG전자 제품을 보고 깜빡임과 화면겹침이 많고 적음을 인지하기 힘들었다.

구체적으로 측정을 해본다면 FPR 방식에서 테스트 수치가 낮게 나올 것이라고 삼성전자도 인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패널의 응답속도 개선 등으로 SG 방식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 3. FPR의 2D 화질은 정말 저급한가?

앞서 삼성전자가 진행한 비교 시연에서 2D 영상을 볼 때는 화질 차이가 크게 났다. 패널 앞에 필름을 덧대면 화면 밝기가 30%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억지로 밝기를 높일 수 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정밀하게 표현되어야 할 디테일이 뭉개졌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계조 표현력 역시 떨어졌다. 심하게 어둡고 심하게 밝은 부분은 하얀색 혹은 검정색으로만 표현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10일 LG디스플레이가 진행된 비교 시연에서 2D 영상 부문은 제외됐다. 영상처리칩과 이 칩에 들어가는 영상처리소프트웨어의 튜닝은 LG전자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아니라 LG전자가 나서서 2D→3D 성능까지 정확하게 비교를 해줘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역시 누군가 문제를 짚어주지 않으면 일반 소비자가 차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비교 시연을 하더라도 종합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겨도 본전인 판국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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