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류를 위한 슈퍼컴퓨터”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는 현재 슈퍼컴퓨팅과 연계시킨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의 비전이자 경영방침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클루닉스(www.clunix.co.kr)라는 회사 이야기다. 클루닉스는 슈퍼컴퓨팅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시작했다. 현재에는 슈퍼컴퓨팅 솔루션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슈퍼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수 있는 만큼, 두 개 분야의 결합은 일반 기업들 뿐만 아니라 향후 개인들도 보다 나은 결정을 하게 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 권대석 대표<사진>은 “언젠가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면서 슈퍼컴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성능을 통해 일상생활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루닉스의 핵심 기술은 고객들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병렬 분산 컴퓨팅 기술로 고성능화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대형 컴퓨터에서 며칠씩 걸리던 계산 작업을 몇 분 만에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고 설치와 사용, 관리가 어려운 과학․공학용 프로그램을 누구라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쓸 수 있게 할 수 있다.
클루닉스가 개발한 관련 솔루션들은 약 20여개에 이르지만, 최근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연구소와 금융권 등 빠른 계산이 필요한 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인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일명 연구개발(R&D) 자원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인 ‘아렌티어(RNTier)’가 대표적이다. 이는 이미 지난 3년 간 포스코와 SK텔레콤, 삼성중공업, 한국투자증권 등 다양한 산업군에 도입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아렌티어는 부서별로 구입, 사용되던 R&D 설계․해석 프로그램과 연구 데이터를 고속 병렬컴퓨터에 통합하고 웹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즉, 최근 국내에서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데스크톱 가상화(VDI)와 비슷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 기업이 아닌 자동차나 조선, 항공, 토목 등 다양한 산업군의 R&D 분야나 정부 및 대학 등의 연구기관 등에서 활용된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의 VDI 인프라가 일반 서버로 구성돼 있다면, 아렌티어는 슈퍼컴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한 슈퍼컴 자체가 범용 서버로 구성이 가능해져 수억원이면 충분히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도 아렌티어의 구축을 앞당기고 있다. 현재 구축되는 슈퍼컴은 여러 대의 서버를 네트워크로 묶어 마치 한 대처럼 동작시킴으로써 고성능, 고가용성을 가능하게 하는 분산 병렬 처리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연구소에서는 연구원 개개인별로 고성능 PC나 워크스테이션을 제공하고, 연구 개발용 소프트웨어(SW)도 1인당 수십개씩 구매하고 있다. 연구개발용 SW는 최소 1500만원~3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에는 관련 비용만 수백억~수천억원이 쓰인다는 설명이다.
클루닉스의 아렌티어 솔루션은 이러한 SW나 데이터들을 초고속 슈퍼컴 자원에 통합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웹을 통해 접속해 사용하면 된다.
포스코의 경우, 송도와 광양, 포항에 위치한 3개 연구소에 연구 개발용 통합 CAD/CAE 시스템을 클루닉스의 솔루션을 통해 구축했다.
아렌티어 솔루션을 구축하기 전, 포스코는 3개 연구소의 약 500명 연구 인력이 평균 2~3대 워크스테이션과 60여종의 R&D 소프트웨어 600카피를 썼다.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만 연간 3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아렌티어를 도입한 후, 포스코는 고가의 SW와 데이터의 통합 운영으로 연간 중복 투자 비용을 절감하게 됐고, 워크스테이션의 가동율과 사용시간, 프로젝트별 점유 기간 파악 등으로 투자 대비 효과와 원가 산출 등이 가능하게 됐다. 사용율이 높은 자원만 추가 구매해 계획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
또한 모든 연구 결과와 데이터, 작업 내역을 클라우드 상의 스토리지에 저장해 검색과 공유, 재사용, 보안 등을 강화하게 됐으며 R&D 단축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현재 가동 중인 슈퍼컴 장비를 통해 기존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할 때보다 최소 1.5배~5배의 설계 해석 속도를 향상시키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약 14억~30억원 규모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 또한 4배 이상 높아졌다.
권 대표는 “현재 기업 내부의 ERP나 SCM, 그룹웨어 등은 대부분 전산통합이 돼 있지만, R&D 업무만은 예외”라며 “클루닉스가 개발한 아렌티어는 금융과 제조, 인터넷, 부하분산 등 각종 모듈 제품들이 들어 있어 시장과 고객 상황에 따라 이러한 요소 제품들이 결합돼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아렌티어 솔루션을 구축한 SK텔레콤의 경우도 기존 CRM용 슈퍼컴퓨터를 대체한 사례다.
이는 지난 2008년에 대용량 분산파일시스템인 하둡(Hadoop)과 클루닉스의 제품 중 하나인 울트라트랜스를 통해 ‘개인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구축한 것인데, 이것이 국내 최초로 하둡 기술이 상업화된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울트라트랜스 제품은 하둡 기반의 분산 병렬 ETL 솔루션이었는데, 현재는 아렌티어의 요소 제품이 됐다.
사실 클루닉스는 지난 2001년 이미 이러한 형태의 가상데스크톱(VDI) 솔루션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 초중고교의 노후PC 재활용을 위해 개발된 가상 PC 솔루션인 ‘만파식적(EnCluster TSP)’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초중교에서는 4년에 한번 새로운 PC를 구입하는데, 여기에만 연간 몇천억원이 소요됐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 기반 컴퓨팅(SBC) 형태로 구현, 수십명의 학생이 동시에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시켜도 다운이 안 되도록 만들었다.
만파식적은 당시 전국 300여개 학교에 공급됐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관련 사업이 모두 없어졌다.
권 대표는 “향후 모든 사람들이 슈퍼컴 기반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3단계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며 “첫번째는 슈퍼컴 기술이 생소한 IT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는 것, 두 번째는 각 산업군별 산업 전문가, 세 번째가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모두 총괄하는 기술이지만, 클라우드라는 개념 차체가 너무 광범위하고 개념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또한 현재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프라에 너무 집중이 돼 있다 보니 마치 클라우드가 인프라 자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이보다 더 중요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대석 대표는 슈퍼컴을 위한 고성능 분산시스템을 전공하고 학창 시절에는 ‘장학퀴즈’ 기장원을 차지한 퀴즈 실력자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과 퀴즈 대결을 펼친 IBM 슈퍼컴 ‘왓슨’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그는 ‘안빈낙도(http://blog.naver.com/hyntel)’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블로그 프로필에는 ‘사람보다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고 싶은 벤처기업 CEO’라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