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인텔 유닉스 프로세서 지원 중단…열받은 HP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더니 오라클과 HP를 두고 하는 얘기인 듯 싶다.
23일(미국 현지시간) 오라클이 인텔의 유닉스용칩인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힘에 따라 관련 업계의 파장이 예고되고 있는 것.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는 인텔이 미션크리티컬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유닉스용칩으로 국내에서는 HP가 거의 유일하게 이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를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HP 유닉스 서버에서 돌아가는 대부분의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오라클의 제품인 데에 있다.
오라클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인텔 고위 임원들과의 수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서 운영되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인텔 측도 x86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함에 따라 아이태니엄의 수명은 이제 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레드햇이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중단한 바 있고, HP 측도 더 이상 아이태니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P는 인텔과 공동으로 반박 자료를 내놓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HP 기업용 하드웨어 사업 총괄 데이브 도나텔리 수석 부사장은 “고객들을 우롱하는 오라클의 처사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오라클의 의도는 썬의 하드웨어 제품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진다”고 비난했다.
그는 “경쟁은 소비자들을 위해서 좋은 것이지만, 이번 오라클의 행동은 전세계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 피해를 주는 것인 만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회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인텔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와 플랫폼에 계속해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해 출시된 투퀼라칩의 후속 제품인 폴슨(Poulson)과 킷슨(Kittson)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조만간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오라클과 HP의 파국은 이전부터 예고됐었다. 오라클은 지난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인수를 발표하면서부터 HP에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종종 공식석상에서 “HP 서버는 느리고 비싸다”며 “HP 슈퍼돔(유닉스 서버명)은 터틀돔(TurtleDome)”이라고 부르곤 했다.
최근에는 HP 유닉스 서버에 올라가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조정하면서 공격의 강도를 높여왔다.
오라클은 현재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기반에서 구동되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해선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으로 출시될 프로세서에선 이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이에따른 양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반사이익이 오히려 IBM 유닉스 서버에 돌아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는 한국HP와 한국IBM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오라클(썬)의 경우 약 5~7%대를 유지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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