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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셧다운이 뭐길래…먹구름 드리운 게임산업

이대호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심야시간(0~6시)에 만 16세미만 청소년의 게임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이달 말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다.

게임업계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다. 산업에 미치는 타격도 있겠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던 직장이 졸지에 청소년 유해물을 파는 회사가 된 것에 대한 충격이 크다. 게임 개발자는 유해물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

무엇보다 업계는 규제기관이 둘로 나뉘었다는 것을 우려했다. 이번 셧다운을 시작으로 여성가족부가 게임산업 규제를 본격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여성부는 플랫폼을 막론한 모든 게임물에 대해 셧다운을 추진했다. 콘솔게임 속 멀티플레이 모드나 해외 사업자인 페이스북의 소셜게임까지 해당되는 광범위한 규제다. 교육용 게임도 예외는 없다. 시행 후 발생하게 될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해외에서 쏟아질 비난을 감안하면, 애초 시행될 수 없던 법안이었던 셈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여성부의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이다. 지금도 셧다운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각계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시행 후가 더 문제다. 여성부가 지금껏 보인 태도라면 실효성 없음에 대한 책임도 게임산업에게 돌릴 판이다.

지난 21일 MBC 100분토론에서 셧다운을 주제로 설전이 벌어졌다. 토론은 양측 주장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셧다운을 찬성하는 패널 중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지난 3월 16일 국회 토론회에서 게임하는 초등학생의 뇌를 짐승에 비유한 장본인이다. 초등학생 교실을 짐승우리에 빗대기도 한 그다.

권 소장은 100분토론에서 셧다운 대상을 19세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쿼터제까지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쿼터제는 하루 일정 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정하는 제도다.

심지어 권 소장은
“셧다운제가 불만이라면 투쟁을 해서 반대쪽에서도 법을 만들어서 대처하라”며 반대 측 패널들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애초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누리꾼들도 난리가 났다. MBC 100토론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도 셧다운 반대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강제적인 입시교육부터 손봐야 된다는 얘기부터 셧다운의 실효성 문제,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등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청소년은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심의 대상”이라며 “그들이 왜 게임에 빠질까를 걱정하고 그 친구들이 다른 곳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을지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셧다운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하고 이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지금, 한 누리꾼의 말은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

이제 시작이다. 2년 뒤 모바일게임에 셧다운 적용을 위한 영향평가를 실시할 때도 지금과 같은 혼란이 빚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게임업계는 심경이 복잡하다. 매만 드는 정부가 야속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못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자책하기도 한다. 지금 게임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는 알기 어렵다. 업계가 애써서 먹구름을 걷어내면 향후 정부가 또 다시 먹구름을 불러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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