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오라클 vs HP 공방속… ‘윈백의 칼’꺼내든 IBM
바로 IBM입니다.
이런 상황이 IBM에게는 바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고 돈 줍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군요.
지난 3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HP와 오라클의 다툼이 IBM에게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고 오고 있는 것인데요.
IBM은 이 기회를 틈타 현재 다양한 마이그레이션 전략을 세워 오라클과 HP를 '한 방'(?)에 보내버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오라클이 자사의 소프트웨어 차세대 버전부터는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서부터입니다.
오라클 측은 인텔 고위 임원논의 끝에 곧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개발이 중단될 것이라고 확신했으며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HP를 궁지에 몰아넣게 됐고 급기야 HP는 오라클을 고소하는 사태에 이르렀는데요.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통해 간판 유닉스 서버인 ‘슈퍼돔’을 만드는 HP에게 이번 오라클의 결정은 너무나 큰 위협이었습니다.
지난 십년 간 기업의 핵심 시스템인 데이터베이스관리(DBMS) 부문에서 HP 유닉스 서버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의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동맹은 깨졌고 고객은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HP는 오라클의 결정이 지난 2009년 인
이에 오라클은 “HP는 이미 인텔이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는 계획을 알고 있었고, 그러한 계약은 맺은 적이 없다”며 강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용히 이들 싸움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곳은 바로 IBM입니다. 이들의 싸움이 계속될수록 IBM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현재 IBM은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는 HP와 경쟁하고 있으며, 오라클과는 DB와 미들웨어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HP+오라클의 조합은 IBM에게는 난공불락의 대상이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고 있는 IBM은 늘 외로운 싸움을 지속했던 반면, 각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부족했던 HP와 오라클은 연합세력을 형성해 IBM을 공동의 적으로 삼았지요.
그랬던 이들이 등을 돌리게 되자, IBM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 기회를 잘만 이용하면 IBM으로서는 HP와 오라클 고객 모두를 빼앗아 올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IBM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것이 바로 ‘프로젝트 브레이크프리(Project Breakfree)’라는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입니다.
IBM은 지난 2006년부터 ‘마이그레이션 팩토리(Migration Factory)’라는 윈백 프로그램을 가동해 경쟁사에서 자사의 시스템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 과정에서 IBM은 약 6500여개의 HP와 오라클(썬) 등 경쟁사 고객의 시스템을 자사 시스템(메인프레임, 유닉스, x86서버 등)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올해에도 계속 이어져 지난 1분기(1월~3월)에는 총 845건의 윈백에 성공했는데 이중 오라클(썬) 고객이 391개, HP 고객이 164건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845건 중 210건의 윈백이 IBM의 유닉스 플랫폼인 파워시스템으로 전환됐는데, 이중 60%가 오라클(썬), 40%가 HP의 고객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이와 관련된 매출은 자그만치 2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IBM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것이 ‘브레이크 프리’ 프로젝트입니다.(브레이크 프리는 과거 IBM이 자사의 DBMS 제품을 런칭하면서 만든 윈백 프로그램인 것으로 아는데, 이것도 돌고 도나 봅니다.)
이는 HP와 오라클의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할인은 물론 획기적인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대상은 HP 서버 제품과 오라클 소프트웨어 모두에 해당합니다.
이를 자사의 제품으로 바꾸는 고객에게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IBM이 제시한 가격표에 따르면, HP 슈퍼돔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IBM 파워770과 DB2의 조합으로 바꿀 경우 5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IBM은 자사의 데이터베이스관리 제품인 DB2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못지않게 IBM 소프트웨어 역시 HP 서버에서도 잘 운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됐든 오라클과 HP의 싸움이 길어질수록 IBM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IBM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준 오라클에 매우 고마울 것입니다.
향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대표 글로벌 IT업체들이 펼치는 IT삼국지는 올 하반기에도 흥미로운 관전이 될 것 같습니다.
[백지영기자 블로그=데이터센터 트랜스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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