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삼성-애플, 법정 아닌 시장서 싸워야

윤상호 기자
- 특허 발목 잡기, 소비자에게도 피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방기곡경(傍岐曲逕)’이라는 말이 있다. 이 사자성어는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 바른길을 따라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 억지로 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모바일 세상을 달구고 있는 특허 문제도 방기곡경의 사례다.

특허는 소유자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각 기술을 가진 업체끼리 서로 사용 허가를 내주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니면 서로 암묵적으로 양해를 하기도 한다. 어떤 기술이 얼마나 침해 했는지 침해를 받았는지 득실을 따져보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특허가 경쟁사의 제품 판매를 막아 경쟁에 우위를 차지하려는 용도로 사용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특허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막는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특허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두고 사활을 건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태블릿PC를, 네덜란드에서 스마트폰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수세적 입장을 접고 공세로 전환했다.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디자인 등 응용기술 특허로 삼성전자를 견제했다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의 근간이 되는 통신기술로 공격을 한다.

두 회사의 전쟁이 정말 끝까지 치닫는다면 애플이 이기면 ‘갤럭시S’ ‘갤럭시탭’을 삼성전자가 이기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소비자도 원하는 일이 아니다. 양사가 싸울 곳은 법정이 아닌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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