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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애플TV·구글TV도 인터넷 차단 할 수 있을까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예정대로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인터넷 이용을 차단했다. 삼성전자도 우선 소송으로 맞섰다. KT가 10일 오전 9시부터 인터넷 차단을 실시했고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6시 ‘차단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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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차단을 시행한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이다. 제79조는 ‘전기통신설비의 보호’와 관련된 내용이다. 제1항은 ‘누구든지 전기통신설비를 파손하여서는 아니 되며, 전기통신설비에 물건을 접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기능에 장해를 주어 전기통신의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다.

 

KT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자세한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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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제1항을 어길 경우 받는 벌칙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중 처벌 수위가 가장 높다. 처벌은 국가가 한다.
기업끼리 합의 했다고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KT가 이를 근거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제79조 제1항에 위반한다는 판단은 국가가 하고 국가가 삼성전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처벌을 하는 것이다. 통신사업자가 중간에서 먼저 차단을 하고 협상을 하라는 내용은 대통령령에도 없다.

또 KT의 유권해석대로라면 스마트TV가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은 더 문제다. 유선은 그래도 계속 투자를 하면 용량과 속도를 늘릴 수 있지만 무선은 아니다. 무선은 주파수라는 유한한 재원을 근거로 한다. 당장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돈을 물려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전혀 이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에게 돈을 받아낼 경우 다른 스마트TV 제조사에게도 같은 부담을 지워야 한다.

 

KT의 주장대로라면 스마트TV는 향후 전국 통신망 불통까지 가져올 수 있는 유해기기다. 이를 판매하는 회사는 모두 네트워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LG전자 소니 등은 물론 애플TV 구글TV 등 셋톱박스 형태가 됐던 TV형태가 됐던 유사 서비스를 모두 정부가 규제하거나 네트워크 제공 업체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적으로도 무리수고 분명 망중립성이 부각돼 여러 반발이 나올 것을 KT도 예측했을 것이다.

 

이를 감수하고 KT가 이번 선택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KT는 정말 스마트TV 제조사에게 돈을 받아내려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선 인터넷도 종량제로 바꾸려 하는 시도라는 의혹도 그 중 하나다.

무선 인터넷은 ‘3세대(3G) 이동통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라는 돌발 변수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종량제다. 유선 인터넷은 정액제다. 종량제는 사용자가 사용한 만큼을 정액제는 얼마를 사용하던 정해진 요금을 내는 것을 일컫는다. 종량제는 소량 사용자 정액제는 다량 사용자가 유리하다.

유선 인터넷 도입 초기 인터넷 사용 부담감을 없애고 초반 수익 극대화를 위해 통신사들은 정액제를 선택했다.

 

KT는 민영화 이전 자산을 십분 활용 초고속인터넷 점유율 1위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포화다. 포화다보니 1위는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게 된다. 정액제니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용량은 증가하니 투자는 계속 해야 한다. 포화 시장에서 싸우려면 마케팅비를 늘려야 한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늘어난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업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망중립성이라는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정부도 업계도 소비자도 동의하지 않는다. 통신사만 고립상태다. 해외 사례 등 논의가 진행돼봐야 통신사에게는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해결책은 정액제를 종량제로 바꾸는 것 밖에 없다. KT는 망중립성 토론회 등에서 이미 종량제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의견을 개진했다.

<관련기사: KT, “망중립성 시기상조, 헤비유저 대상 종량제 우선 도입해야”>

그러나 종량제는 사용자 요금 부담을 높인다. 헤비유저를 예로 들었지만 전체 사용자의 요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무선 인터넷도 그랬다. 지금도 요금인하를 하지 않는 다는 압박이 전방위로 들어오는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통신사만 떠든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KT의 전략은 삼성전자에게 돈을 받아내기 보다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업계 모두를 종량제 도입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보이는 이유다.

 

업계 전체를 같은 편으로 만들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존과 발전이라는 명분이 생긴다. 종량제만 되면 망중립성 논의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KT가 벌어들이는 돈은 증가한다. 종량제가 최상이라면 최선은 법적으로 네트워크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업체에게 일정액을 받아 낼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기업과 기업 사이에 협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애플TV 구글TV도 돈을 받을 수 있다.

KT 홍보실은 일단 종량제 도입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번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인터넷 차단에 대한 결론과 이후 과정에 대해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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