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입맛대로 변신하는 반도체, 그게 가능해?

이수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디지털 시대의 ‘쌀’이라고 부르는 반도체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작공정을 미세화하고 성능을 높이는 것 외에도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미세한 기계를 덧붙여 복잡한 작업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걸맞은 반도체도 주목 대상이다. 처음 태어났을 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이 반도체의 특징이다. 바로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기능 바꿀 수 있어=단어가 조금 생소하지만 FPGA는 다른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다만 FPGA가 조금 더 많이 쓰이면 생활이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바뀌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전 세계적으로 FPGA를 제대로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자일링스를 비롯해 알테라, 래티스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자일링스코리아 안흥식 지사장<사진>은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FPGA를 한마디로 말해 쓰이지 않은 ‘연습장’이라고 설명했다.

“FPGA는 주로 통신장비에 많이 쓰이며 자일링스 전체 제품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다”며 “통신장비는 중간에 업그레이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ASIC을 사용하면 감당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FPGA는 용도에 맞게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한 반도체다. 마음만 먹는다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 디지털 신호 처리용 프로세서(DSP)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으로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예컨대 휴대폰은 통신 지역에 따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나 비동기식(GSM)을 사용하는데 FPGA를 장착했을 경우 해당 지역에 따라 자동으로 통신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말 그대로 월드폰인 셈이다. 실제로 전 세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개발되어 있으며 주로 군용으로 쓰인다고.

안 지사장은 “FPGA의 활용방법은 무궁무진하며 사용자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기능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통신장비는 물론 자동차, 비행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는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10~20여개의 FPGA가 장착되어 있다. 목적은 여러 가지다. 데이터를 축적해 다른 종류의 자동차에 사용하거나 승차감, 성능 개선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승차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서스펜션도 자동차가 달리는 지역에 알맞게 설정이 가능하다.

◆시장 다변화,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쓰인다=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용도로 변신할 수 있는 FPGA이지만 대중화되려면 아직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격이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보다 비싼 것이 보급의 걸림돌이다.

안 지사장은 “저렴한 것은 2~3달러짜리도 있지만 FPGA 하나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어가는 제품도 있다”며 “자일링스는 반도체 제작공정 개선과 제품 다양화를 통해 FPGA가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일링스코리아는 LG전자,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중소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군용이나 일부 테스트를 위해 FPGA가 쓰였다면 지금은 3DTV를 비롯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장착이 검토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한 ASIC으로 만들기 위한 전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용 제품에도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

가전제품에 FPGA가 적극 채용된다면 ‘스마트’ 열풍에 힘입어 소비자 요구를 더욱 충족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어텍스와 같은 기능성 소재를 세탁할 수도 있다. 모터와 DSP, MCU 등에 적용된 FPGA의 기능을 바꿔주면 되기 때문이다.

3DTV나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기능이 개선된 영상처리칩셋이 나온다면 구형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제품의 성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안 지사장은 “일부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FPGA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꾀할 생각이며 FPGA 가격경쟁력과 성능을 모두 고려한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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