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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 강조했던 LG그룹…성과주의 인사, 세대교체도 이뤄내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상호·한주엽·이수환기자] 올해 LG그룹의 임원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가 반영됐다. LG의 ‘2인자’인 강유식 ㈜LG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후퇴하는 등 세대교체 이뤄졌다.

‘인화’를 강조했던 LG가 그룹의 주력 사업들이 정체현상을 보이자 다소 독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우선 올해 임원 승진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과가 뚜렷하다.

LG전자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 불안 속에서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룬 가전(홈어플라이언스, HA) 사업본부에서만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LG전자의 전무급 이상 승진자 가운데 휴대폰(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MC) 사업본부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LG 그룹 내부적으로도 스마트폰 사업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1976년 고졸 사원으로 입사한 조성진 LG전자 부사장은 세탁기 사업을 세계 1등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에서 고졸 출신 사장이 배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승진과 함께 HA사업본부를 이끌게 됐다.

HA사업본부장이었던 신문범 부사장도 사장 승진과 함께 중국법인장으로 보임, ‘중국사업강화’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온 한상범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3분기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고 LG의 독자 3D 필름타입편광(FPR) 방식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세계 제 1의 기술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부사장 승진자 8명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HE)의 신사업 발굴 및 사업화에 기여한 외국인 임원 짐 클레이튼전무는 부사장으로, 북미 모바일TV 표준화를 주도한 곽국연 LG전자 수석연구위원은 최초로 부사장급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했다.

LCD 생산기술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공로가 큰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관리자(CPO) 정철동 전무도 부사장이 됐다.

LTE를 비롯 유무선 사업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을 총괄한 최주식 LG유플러스 전무와 세계 최초 LTE 전국망 구축 주역인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본부장 이창우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성과주의 발탁 인사도 눈에 띈다. 전무 2년차로 세계 최대용량 냉장고를 출시한 냉장고 사업부장 박영일 전무는 부사장으로, 이란 경제제재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평균 17%의 매출 성장을 이끈 이란법인장 김종훈 상무도 상무 2년차에 조기 발탁, 전무로 승진했다.

김성현 LG화학 부장은 이번 LG그룹 상무 승진자중 가장 젊은 인재다. 1998년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30대 초반부터 편광판 기술팀장과 생산팀장을 도맡아 생산기술 개발 및 생산 초기 수율 안정화를 통해 편광판 세계 1위 달성에 기여, 발탁 승진했다.

‘세대교체’도 올해 LG가 단행한 임원인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강유식 부회장은 ㈜LG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LG경영개발원으로 이동하게 됐다. 강 부회장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에선 손을 때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김반석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 부회장은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사장에 이어 2006년 LG화학 사장을 맡은 뒤 200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니 CEO 역할만 12년째다.

김반석 부회장은 앞으로 LG화학의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하고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이 CEO 역할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계열사 임원들에게 ‘구체적 목표 제시’, ‘철저한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의 이번 인사 조치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구 회장의 의지가 묻어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과 ‘성과 주의’ 기조를 심겠다는 의지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LTE에서 성과를 낸 LG유플러스 이상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여성인재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올해 LG의 임원 인사에선 여성임원 3명이 신규로 선임됐고 1명은 전무로 승진했다. 작년에는 여성임원 1명이 신규로 선임됐었다.

LG 최초의 공채출신 여성 사업부장인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장 이정애 상무가 전무로 발탁 승진했으며,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마케팅부문장 김희선 부문장, LG디스플레이 IR담당 김희연 부장, LG유플러스 e-Biz 사업 담당 백영란 부장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LG의 여성임원은 13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났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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