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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정책 분리?…“대한민국 ICT 시계가 멈춘다”

채수웅 기자

- ICT 12개 학회, 주파수 정책 분리땐 국가경제 후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구상에 주파수 관리를 3개 기관이 하는 나라는 없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도대체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야가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주파수 담당 기관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국무총리실 등으로 분산시키기로 잠정 합의한 가운데 ICT 관련 학계가 우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파수 정책 소관부처를 분리할 경우 “미래는 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주파수 정책 분산은 전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방송통신 융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7일 한국전자파학회, 한국방송공학회 등 ICT 관련 12개 학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정치적 협상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윤현보 학국전자파학회 명예회장은 최근 여야의 주파수 정책 분산과 관련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뭐하는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파수 정책 분리땐 ICT 미래 없다=윤 명예회장은 “다른 나라들은 전파를 일자리창출,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기가막힌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파수를 통신용, 방송용으로 나눠 관리하고 신규주파수는 국무총리실이 담당하도록 했는데 이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중립성과 전파정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주파수관리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파수 정책 분리가 현실화될 경우 다양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등장은 물론, 융합신기술개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ICT 기술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되는 기술추세를 신속하게 주파수 정책과 연계해야 미래 창조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데 용도별로 관리 부처를 나눌 경우 의사결정 지연, 정치적 논리로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남 전자파학회 상임이사는 “방송용으로 활용되는 주파수를 여유가 있는 부분은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관리주체가 다를 경우 통합적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과거 DMB, 위성방송, IPTV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가 방송논리에 발목 잡힌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중립성과 주파수 상관관계 없다=여야는 유료방송 정책 소관 부처를 놓고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이 주장처럼 미래부가 방송정책을 담당할 경우 방송장악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여야는 방송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주파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맡도록 잠정합의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는 “주파수 개발·관리 정책은 방송 중립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주파수는 땅을 파서 나오는 천연자원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개발해야 나오는 자원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도 이용용도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하는 자원이다. 산업진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창덕 한국유비쿼터스스마트학회 회장은 “여야를 떠나서 전파는 국가자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효율적으로 관리해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현보 명예회장도 “전파는 대국민 편익증지, 기술적·의학적 의사결정 과정으로 일관되고 종합적인 정책결정이 필요하다”며 “전문적이고 중요한 정책기능을 전혀 관련 없는 방송 중립성을 이유로 분산시키는 것은 주파수 정책 추진의 전문성과 효율성만 훼손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파수 정책 분리하면 어떤 문제 생기나=이들 학회 회장들은 주파수 정책이 분리될 경우 우리나라 ICT 진흥에 막대한 차질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방송 채널 혼간섭을 줄이기 위해 비어놓은 화이트 스페이스를 활용할 경우 방송사들의 반대로 전혀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방송의 디지털전환으로 나오게 된 700MHz 주파수는 전세계가 통신용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방송 주파수라는 논리로 방송용 주파수에 국한 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방송과 통신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정책을 분리하는 것은 융복합 시대에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윤현보 명예회장은 주파수 정책이 분리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한마디로 우리나라 ICT 시계가 멈추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시간만 흘러가게 될 것”이라며 “전파강국은 물건너 갈 수 밖에 없게된다”고 말했다.

김남 상임이사는 “전파 분야의 종사자, 연구자, 전문가들에게 조금이라도 자문을 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 정치적 논쟁으로 답보상태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뉴미디어 사례가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파수 소관부처 어디가 적합한가=이날 ICT 12개 학회는 주파수 정책의 분리만큼은 안된다는데 뜻을 모았다. 다만 어느 부처가 정책을 관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학회장들은 가급적 미래창조과학부가 정책을 총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파가 새로운 산업을 견인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만큼 규제보다는 진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택경 전자파학회 수석부회장은 “방통위는 관리규제 성격이 강한 만큼 창조경제 활성화 주체인 미래부가 주파수 정책을 관장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태권 한국방송공학회 회장도 “전파는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규제가 먼저가 아니라 스마트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만큼, 미래부로 가는 것이 산업발전, 미래융합에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들 ICT 관련 학회는 “국민 전체 소유인 주파수를 정치적 협상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전문적인 단일부처에서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국가발전, 국민편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파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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