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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NO발 보조금 경쟁, 막을 방법이 없네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MVNO)들이 요금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통해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MVNO들은 이통3사에 적용되는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없어 정부의 규제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당초 저렴한 요금제, 맞춤형 요금제 확산이라는 MVNO 취지와는 달리 MVNO발 보조금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영업정지가 끝난 이통 3사에 과징금 53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영업정지 처분 결정을 내리자마자 또 다시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과징금은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시장조사 결과이다.

특히, 방통위는 과징금, 영업정지로도 이통사들의 과열경쟁이 멈추지 않자 앞으로는 경쟁을 유발한 1개 사업자에 대해서만 10일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방통위의 제재 이후 과열된 이통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웃도는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곳들이 있다. 방통위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단말기 당 27만원 이상을 지급할 경우 이용자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곳은 다름 아닌 대형 MVNO다. 특히, LTE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최신 스마트폰인 베가넘버6를 할부원금 3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모션할인이라는 명목으로 월 5000원을 추가로 할인해 주고 있다. 24개월 이용할 경우 실제 단말기 할부원금은 20만원인 셈이다. 베가넘버6 출고가는 84만9000원이다. 무려 65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제조사 지원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LTE 62요금제를 기준으로 단말기 할부금, 부가세, 할부이자 등을 모두 포함해 소비자가 실제 납부하는 금액은 6만원이다. 이밖에도 베가R3나 옵티머스G의 경우 실질적인 할부원금이 각각 7만원, 15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요금할인 등을 모두 포함시켜 할부원금을 낮은 것처럼 호도하는 이통3사 대리점들보다 조건이 더 좋은 셈이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SK텔링크도 지난달 파격적인 조건으로 LTE 가입자들을 유치했다.

SK텔링크는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 중 집중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SK텔링크는 옵티머스G에 보조금 70만원을 지급했다. 요금할인 명목으로 42만원 가량을 추가로 할인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좋은 조건을 제시하다보니 온라인 사이트마다 신청이 몰리면서 개통작업이 2~3일씩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SK텔링크는 평소보다 4배 이상 번호이동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CJ헬로비전이나 SK텔링크의 경우 사용하다 맘에 들지 않으면 석달 후 다른 이통사로 옮겨도 할인반환금, 약정위약금도 없다. 유심비, 가입비도 역시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통신위원회도 대형 MVNO에 대한 모니터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영업보고서가 나올 경우 이통3사에 준하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MVNO의 보조금 지급 행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MVNO들의 경우 누적된 영업보고서가 없어 아직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지만앞으로는 MVNO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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