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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2013] 스마트 기기 시대, 대만 PC 업계의 현실과 고민

이수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4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대만 타이페이국제회의센터(TICC)에서 열린 ‘컴퓨텍스2013’은 대만 PC 업계의 현실과 대만 경제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표 업체인 에이수스와 에이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시장 한쪽에 메인보드(PC 주기판)를 대거 선보였으나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신 태블릿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부품 산업에서 완제품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지속 가능성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해 있다.

대만은 개인용 컴퓨터(PC)가 등장한 이후 지난 1980년대부터 PC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학을 담당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HP, 인텔, 델 등 주요 IT 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을 도맡아 왔다.

2011년 발표된 유럽연합(EU)의 IT산업 연구개발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IT 업체는 아시아의 효율적인 공급망관리(SCM)와 연구개발(R&D) 인력을 잘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만과의 밀접한 관계가 유럽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면에는 페가트론, 콴타컴퓨터, 폭스콘, 컴팔 등 대만 SCM 업체가 있으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요즘 잘 나가는 ‘미국 IT 4 천황’과도 연계되어 있다. 예컨대 애플이 폭스콘으로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공급받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뿐이 아니다. 콴타는 HP나 델을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에 직접 서버를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2012년 전 세계 서버시장은 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콴타는 19% 성장했다. 올해는 IBM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서버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액도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콴타의 작년 매출액은 33억 달러였다.

구글과 에이수스와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레퍼런스 태블릿 ‘넥서스7’ 출시 이후 에이수스는 미국 시장점유율을 2%에서 7%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PC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총 매출의 25% 가량을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가 차지할 만큼 PC 제조사 이미지를 벗어내는데 성공했다.

스마트 기기로 인해 PC 시장이 몰락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동남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중국,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PC 수요 잠재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주요 IT 업체의 협력자이면서 스마트 기기 시대에서도 기존의 OEM, ODM 방식을 통해 어느 정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만 업체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하드웨어 설계’ 경쟁력은 점차 빛을 잃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하고 있어서다. 향후 대만 SCM 업체가 개발이 빠진 전자제품 생산(EMS)만 하게 되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2012년 대만 산업정보연구원(MIC)은 대만 경제부에 대만 ODM 업계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부가가치와 단가가 더욱 낮은 위탁생산만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이와 함께 SCM 능력도 스마트 기기 시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지만 PC처럼 절대적인 장점은 아니다. 저렴한 하드웨어에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해 고부가가치 수익을 올리는 일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질수록 효율적인 SCM을 추구하던 대만의 경쟁력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컴퓨텍스 2013을 통해 대만 업계가 보여준 스마트 시대로의 전환은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겼다. 오랫동안 OEM, ODM, EMS 진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기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전략을 필 가능성이 높다.

PC도 일시적인 부진에 빠져 있지만 신흥시장을 여전히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이후에 어떻게 고부가가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가 대만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타이페이(대만)=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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