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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3억 인구, 中 공략 쉽지않은 삼성·LG…현지 가전매장 가보니

이수환 기자

 

- 특화 제품 개발 및 유통망 확보에 주력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시먼즈 하오(지멘스 좋습니다)”

중국 베이징 최대 생활가전 매장인 궈메이와 쑤닝에서 매장 직원이 냉장고와 세탁기를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단번에 외국인임을 알아챈 직원은 더 저렴한 제품으로 하이얼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전하고 있다.


두 업체는 프리미엄 제품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마나 삼성전자의 경우 TV와 스마트폰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LG전자의 경우 흑색가전은 물론 백색가전에서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국 생활가전 시장의 강자는 독일 지멘스다. 중국 인터넷소비연구조사센터(ZDC)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중국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1.7%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한 지멘스(21.5%), 2위 하이얼(21%)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LG전자는 흑색가전에서도 실적이 하향세다. LG전자의 중국 TV 판매량(중국 시장조사업체 중이캉 기준)은 지난 2009년 3.8에서 작년에는 1.3%로 떨어졌다. 그마나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로 인해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위안이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1분기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량 기준 각각 27.6%, 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여전히 TCL, 스카이워스, 하이신 등 중국 현지 업체의 초강세는 여전한 상태다.

궈메이와 쑤닝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만 매장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며 LG전자는 아예 구입이 불가능했다. 쑤닝에서는 삼성전자의 일부 세탁기와 냉장고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지멘스, 보쉬, 하이얼 등 다른 업체에 비해서는 규모가 턱없이 작았다.

드럼세탁기는 외산 브랜드가 압도적이다. 보쉬, 베코, 캔디, 산요, 파나소닉 등이 매장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리미, 커피포트 등은 우리나라에서처럼 필립스가 초강세다. 중국은 온돌 문화가 아닌 탓에 순간온수기와 같은 보일러를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도 일렉트로룩스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대접받고 있다. 공기질이 좋지 않아 공기청정기도 잘 팔린다.

 


◆중국 공략에 상당한 시일 필요할 듯= 중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전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현지 업체의 공세가 예전에 비해 무척 거세졌고 다른 외산 브랜드와 비교해 적극적인 유통망 관리에 나서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유통망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궈메이, 쑤닝과 같은 대형 유통 업체와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도 최근에서야 중소규모 도시로 매장을 확대했다. 이러는 사이 중국 현지 업체들은 구석구석 현지 유통망을 구축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친 프리미엄 비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의 신흥 부호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은 대도시 젊은층 위주로 인기가 있으나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다”라며 “지멘스는 중국에 진출한지 오래되기도 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식과 함께 품질에 대한 만족감이 높고 잔고장이 적어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농촌 주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 정책이 현지 업체의 급성장 계기가 됐지만 지멘스, 보쉬, 산요 등 외산 업체가 만든 제품이 매장에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대로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 소비자는 기업에 관대하면서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깐깐하게 따진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의 사회공헌활동(CSR)을 크게 강화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중국 본사 창립 18주년을 맞아 ‘CSR 경영 원년’을 선포했고 LG전자의 경우 1999년부터 중국 텐진, 난징, 청두 등 교육환경이 취약한 지역의 초등·중학교 6곳을 ‘LG희망학교’로 지정해, 가전제품 기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의존하기보다 중국 소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인터넷쇼핑 플랫폼, 모바일커머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영업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중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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