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게임 표절’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 [인터뷰]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게임 간 실질적 유사성을 보고 표절 여부 판단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했고 국내에서만 하루 수십종의 게임이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보니 개중엔 비슷해 보이는 게임들이 생겨났다. ‘게임 표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러한 게임 표절 논란은 커뮤니티에서 화젯거리가 되곤 하지만 당사자끼리 법적 분쟁이 없는 한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들기도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모바일게임 저작권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그렇다면 게임 표절을 법적으로는 어떻게 봐야할까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진>가 지난 17일 기자연구모임 주최로 서울 역삼동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옛 한국게임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마련한 인터뷰를 통해 게임 표절에 대한 조언을 내놨다.
구 변호사는 모바일게임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우선 침해를 당했다는 판단이 빨라야 한다”며 “저작권 침해로 자신의 게임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에 소송을 벌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게임 수명이 짧은 것을 감안해) 다른 게임을 론칭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전략적인 고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자사의 게임이 창작성(저작권)이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먼저다. 이미 남의 저작물을 침해한 게임이 자신의 게임을 베꼈다고 소송을 거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 변호사는 “많은 돈을 들여 게임을 개발해도 권리로 인정할 부분은 적을 수 있다”며 “저작권을 가지는 게임의 구성요소를 식별해 승소 가능성 여부와 소송 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6월 파티게임즈(옛 파티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소셜게임 ‘아이러브커피’의 짝퉁 게임 ‘커피러버’가 애플 앱스토어와 블랙마켓(불법저작물이 거래되는 시장) 91.com에서 퇴출되는 일이 있었다.
이는 구 변호사가 한국저작권위원회 중국사무소와 중국 판권보호중심(중국의 저작권위원회)과 협의한 결과다. 파티게임즈가 구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고 구 변호사는 법적 대응보다 게임 판매를 중단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실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구 변호사는 “중국도 저작권을 가지는 나라로 변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작정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로펌과 제휴해 아이러브커피와 커피러버 간 유사성을 분석한 서면을 만들었고 이를 판권보호중심에 제출했다. 애플에도 영문서 제출을 통해 저작권을 인정받았고 이것이 커피러버의 앱 장터 판매 중단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커피러버는 아이러브커피의 스토리와 아이템 표현방식 등을 그대로 베낀 경우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표절 게임이다.
그렇다면 최근 표절 시비가 불거진 ‘다함께 춤춤춤’의 경우는 어떨까. 다함께 춤춤춤은 수업 중인 학생들이 선생님 뒤에서 몰래 춤을 춘다는 콘셉트가 수년 전에 나온 게임과 닮았다.
그러나 법정에서 표절 시비를 가릴 땐 이 부분을 ‘아이디어’로 볼 가능성이 크다. 독창적이거나 최초의 아이디어라고 판단되면 특허를 신청해 저작권을 가질 수 있지만 수업 중 춤을 춘다는 아이디어의 경우 저작권과 거리가 있다.
구 변호사는 “선생의 뒤에서 춤추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표현했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저작권 문제의 핵심이다. 아이디어를 저작권으로 보호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커피전문점을 소재로 게임을 만든 아이디어에 저작권을 부여하면 앞으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소셜게임은 아이러브커피 이후로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게임 표절 시비를 가릴 땐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게임의 주된 요소인 플레이 방식과 구조의 경우 아이디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까지 저작권으로 보호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게임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게임을 낼 때마다 매우 높은 수준의 창작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결국 게임 콘텐츠 간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가 표절 시비에서 핵심이 된다. 이에 해당되는 게임 저작권 침해 판결이 최근 미국에서 있었다.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서 ‘테트리스’(Tetris)를 모방한 게임 ‘미노’(Mino)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테트리스 블록이 떨어지는 판의 크기 ▲그림자 블록 ▲다음 떨어질 블록의 표시 등도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 독창적 표현에 해당하고 ▲테트리스와 미노를 나란히 보았을 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전체적인 외관과 분위기’도 유사하기 때문에 두 게임 사이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구 변호사는 “테트리스에서 블록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를 보호한 것은 아니다”며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와 이것을 혼돈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 변호사는 “게임 표절은 속단하기 어렵다”며 “게임마다 구조가 다르고 저작권을 다툴 수 있는 영역은 보이는 것 말고도 많다. 전체적 진행과 하나하나의 작동방식, 구성과 스토리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포스코DX 신임 대표에 심민석 디지털혁신실장…“DX혁신 집중”
2024-12-23 18:41:03MBK, '외국인' 경영진 역할에 커지는 의문…고려아연 적대적 M&A, 누가 지휘하나
2024-12-23 18:22:24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함영주·이승열·강성묵 등 5명
2024-12-23 18:16:16신한라이프, 조직개편·인사 단행…여성 관리자 30%로 확대
2024-12-23 18: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