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성전자 1등 생활가전, 주방의 핵심 ‘냉장고’

이수환 기자
생활가전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스마트’는 물론이고 용량, 기능,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로 무장하고 프리미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프리미엄 생활가전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고 하방전개를 통해 업계의 전반전인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기획/전에 없던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말하다①]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12년 7월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900리터급 ‘상(上)냉장, 하(下)냉동’ 프렌치도어 냉장고 ‘지펠 T9000’을 출시했다. 몇 년 동안 펼쳐진 양문형 냉장고 용량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갔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면에 감춰진 의미는 생각보다 더 컸다.

T9000은 여러 가지 면에서 혁신을 이뤘다. 첫 번째가 재질과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양문형 냉장고는 강화유리를 사용한다. 스테인리스(메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공과 다양한 패턴을 넣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메탈은 업소용 냉장고라는 인식 때문에 가정용 냉장고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도 작용했다.

하지만 T9000 등장 이후 LG전자를 비롯해 위니아만도 등이 앞다워 메탈을 냉장고에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T9000에 ‘펄 화이트’, ‘리버 실버’, ‘브라이트 핑크 골드’, ‘모던 실버’ 등 다양한 패턴을 입혔다. 업소용이나 수출형 냉장고에 일괄적으로 쓰인 단조로운 메탈 디자인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

두 번째 혁신은 전력소비량이다. T9000은 본체 아래쪽에 다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참맛냉동실’을 갖추고 있다. 필요에 따라 냉장, 냉동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김치저장고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개의 컴프레서(압축기)와 3개의 냉각기를 각각 장착했다.

컴프레서는 냉매, 그러니까 냉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부품으로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냉각기는 각 저장실을 개별적으로 제어할 때 사용된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컴프레서와 냉각기가 많이 적용되면 그렇지 않은 냉장고보다 전력소비량이 늘어난다. 물론 각 저장실을 입맛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T9000을 비롯해 ‘푸드쇼케이스 FS9000’, ‘그랑데스타일’, ‘지펠 아삭 M9000’ 등 다른 냉장고를 합쳐 가장 다채로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는 컴프레서, 냉각기뿐 아니라 특수 개발한 ‘발포제’에 이르기까지 고효율, 고성능 냉장고를 만들기 위한 기반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혁신의 근간은 발상의 전환=T9000이 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냉장고 트렌드를 주도했다면 FS9000은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한바 있으며 ‘홈바’를 적용한 제품도 마찬가지다. 냉동실과 냉장실에 적용한 ‘트윈 홈바’ 및 김치냉장고 최초의 홈바를 장착한 것도 삼성전자다. 홈바는 홈(Home)과 바(Bar)의 합성어로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자주 꺼내먹는 식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또한 한 개의 냉장실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 두 개의 냉장실로 만들어 수납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케이스 냉장실에는 사용 빈도가 낮고 부피가 큰 식재료를, 쇼케이스 냉장실에는 자주 먹는 음식을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것은 홈바라는 수납공간을 가족구성원에 따라 설계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에도 ‘빅데이터’를 도입했다. 전 세계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을 분석, 제품 기획은 물론 개발과 디자인 등에 적극적으로 적용한 셈이다. 생활가전의 경우 지역별 특화 제품이 성패를 좌우하고 있어 이를 사전에 면밀히 조사하고 시장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전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도 신경을 썼다. 예컨대 FS9000에 쓰인 ‘메탈쿨링’은 작년에 출시된 M9000에 활용된바 있다. 메탈을 본체 디자인에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냉기를 최대한 머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7년 연속 전 세계 양문형 냉장고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8년 연속 세계 판매 1위에 도전하고 있는 TV와 함께 흑색가전, 백색가전을 이끄는 양대 축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새로운 ‘종(種)’을 강조해온 CE부문 윤부근 사장의 승부수다.

윤 사장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을 얻는 것”이라며 “1등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바꿔야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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