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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갈등 심화, 정부는 뒷짐…월드컵 볼 수 있을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구촌 대축제 월드컵이 시작된다. 한국 대표팀의 성적에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되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대가를 받아야겠다는 곳과 줄 수 없다는 곳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 유료방송과 지상파 방송사간 재송신 분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업계간 싸움에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특히, 재송신 대가 분쟁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드컵 중계방송권을 가진 지상파 방송3사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에 월드컵 재송신료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국민 관심 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은 별도로 추후 협의한다'는 재송신 계약에 근거한 주장이다. 시청률이 높은 월드컵 재송신을 통해 직간접적인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요구 금액은 1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280원)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특정 콘텐츠에 추가로 대가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사들과 개별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상파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말이 협상일 뿐 서로 수용할 수 없는 카드만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양측을 불러 양측의 입장을 듣고 원만한 협상을 주문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분쟁을 조정하거나 적극적인 개입은 찾기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민 시청권을 담보로 싸우지 말고 제대로 협상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서로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와도 조정을 받지 않고 소송으로 가버리면 그만이다"며 "현재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 이후 재개 명령권을 신설하고 분쟁 직권조정 및 재정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의무재송신 범위, 대가산정기준 등은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재송신의무채널을 KBS2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3년마다 상임위원들이 바뀌면 정책도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모양새다.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의무재송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변한 것은 없다.

방송송출 중단으로 월드컵을 시청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블랙아웃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하지만 매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가 뒷짐만 지고 구경만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돼야 하는 프로그램에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방송시장 환경은 변하고 있지만 의무재송신 관련 규정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 소모적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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