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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유닉스 전환 사실상 어려워져, 내부갈등 심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유닉스로의 주전산시스템 교체 불가를 사실상 표명한 가운데 국민은행 이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이 지난 1일 오후 긴급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전산시스템 교체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행장은 이번 사태로 인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사회에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 행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 부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표시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달 26일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 IT기획부장, IT본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상무 등 3명을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과 관련 보고서를 왜곡·조작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이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당초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던 국민은행 이사회로선 당혹스런 결과다.

어찌됐던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은 현재로선 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흠결’이 노출된 만큼 이사회도 당초 계획대로 유닉스로의 전산시스템 교체 추진을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원점에서 사업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이 행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만큼 섣불리 합의점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행장은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주전산시스템 교체 과정 및 IT본부장 인사에서(임 회장 개입을)제재심의위에서 소명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 행장과 임 회장 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아직까지도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간 입장 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IBM과 남은 주전산시스템(메인프레임) 계약 기간은 내년 7월까지로 이제 11개월여가 남아있는 상태다. 물리적으로 이미 교체시기를 맞추긴 어려워졌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를 위한 IT조직의 업무는 이미 올 스톱 상태다.

주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에 참여를 타진해왔던 IT업체들도 유닉스로의 시스템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간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까지 진행된 마당에 유닉스 전환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보고서에서 누락된 주전산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논란이 IT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행장은 “이사회에 거취를 맡기긴 했지만 재신임 된다면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문제를 슬기롭게 못 풀 이유가 없다”고 얘기했다. 일정 부분 타협의 여지를 남긴 것이지만 이사회와의 갈등 해소 이전에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이 어떻게 날지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최종 징계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당초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경징계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최수현 금감원장이 징계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징계 안을 최 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민은행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국민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재 결정을 번복해 다시 중징계가 검토될 경우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거취를 두고 새로운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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