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사내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로 변경한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금껏 자체적으로 개발한 훈민정음을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써왔었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임직원 숫자는 28만명을 웃돈다.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협력사까지 합치면 수십만명의 신규 MS워드 사용자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삼성전자는 3개월의 병행 사용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MS워드를 사내 문서 작성 프로그램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PC 제품용으로 훈민정음을 개발했고, 1994년부터 사내 표준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다양한 사무기기 운영체제(OS)를 아우르는 업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MS워드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르는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협력사를 상대로 한 대외 업무에서 호환성을 확보하기 좋다”며 “엑셀, 파워포인트 등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과 완벽하게 호환되기 때문에 글로벌 업무과제를 더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정음 글로벌을 사용해온 외부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 말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기업고객은 계약에 따라 향후 3년 동안은 정음 글로벌을 쓸 수 있다. 일반 개인 사용자는 영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용자들이 이미 MS워드를 사용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정음 글로벌은 서서히 모습을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 24일 이재용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의 회동 뒤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측 회동의 결과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사내 문서 프로그램을 MS워드로 변경하는 ‘선물’을 주고 로열티를 깎는 등 라이센스 계약 조건을 변경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MS는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관련한 특허 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뉴욕시 맨해튼 소재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판매될 때마다 대당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MS에 지급한다는 라이센스 계약을 2011년 9월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MS가 노키아를 인수한 이후인 지난해 연말 이 같은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분쟁이 생겼다.

삼성전자 측은 “사내 문서 프로그램 변경 프로젝트는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 왔던 것으로 이번 회동과는 무관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