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폐지…소비자·제조사·통신사·유통점, 누가 이득인가
- 소비자 보다 업계 이해득실서 추진…시장 투명화 효과, 간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단통법은 지난 10월 시행했다. 시행 한 달만에 벌어진 통신사 불법 지원금 사태는 단통법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단통법 무용론 편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들고 나왔다. 소관 위원회도 아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재철 의원(새누리당)과 정무위원회 한명숙 의원(새정치민주연합)까지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하겠다고 끼어들었다.
◆지원금 상한제, 3년 뒤 일몰…지금 폐지 요구, 왜?=과연 단통법 논란은 지원금 상한제 때문일까.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지원금 상한제를 없애면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일까. 지원금 상한제는 단통법 제4조에 근거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다. 방통위는 상한액 기준 및 한도, 주기 등을 고시로 정한다(제1항). 출시 15개월이 경과한 단말기는 예외다(제2항). 방통위가 정한 액수의 15% 범위에서 유통점 재량권을 보장했다(제5항). 상한액과 단말기 구분에 관한 조항, 제1항과 제2항은 2017년 9월30일까지 유효다.
즉 지원금 상한제는 3년 후면 없어지는 제도다. 지원금 상한제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 과정에서 손해를 입는 시장 현실을 바꾸기 위해 도입했다. 정부의 통제력 강화 의도라기보다 시장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관행을 고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시간을 3년으로 본 셈이다.
시장 투명화를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은 출고가 인하다. 현재 판매방식은 출고가 90만원에 지원금 70만원인 제품과 출고가 20만원 지원금 0원인 제품 모두 실 부담금은 20만원이라고 안내한다. 그러나 전자는 위약금이 있고 후자는 위약금이 없다. 애당초 지원금을 70만원씩 줄 것이 아니라 출고가를 70만원 내리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일이다. 지원금 역시 소비자가 낸 통신비로 만들어지는 돈이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사람이 비싼 통신비를 내는 사람보다 수혜를 본다. 단통법 이전 시대와 다를 것 없다.
◆소비자, 지원금 인상보다 출고가 인하가 유리=제조사는 돈을 번다기보다 덜 쓸 수 있는 편을 선택하는 쪽이다. 현 유통구조에서는 출고가 90만원 지원금 70만원 체제가 좋다. 지원금은 통신사가 지급하지만 일부 재원은 제조사가 댄다. 제조사는 매출의 일정액을 페이백 형태로 통신사에 돌려준다. 통신사는 여기에 자신의 돈을 합쳐 지원금을 만든다. 이 관행이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면 매출이 큰 편이 매출이 적은 편보다 유리하다. 소비자의 출고가 비난은 부담이지만 제조사의 고객은 통신사다. 재고 처리 유연성을 늘리는 면에서 봐도 지원금 체제가 좋다. 기회가 더 생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애플이다. 애플은 출고가와 공급가가 거의 같은 제조사다. 페이백도 하지 않는다. 통신사가 아닌 애플을 보고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이 애플의 힘이다. 이런 제조사는 출고가가 높으면 매출 이윤 모두 높다. 소비자 비난은 통신사 뒤에서 피해갈 수 있다. 애플에 근접했던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하지만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실적 추이에서 알 수 있듯 삼성전자는 다시 통상의 제조사로 돌아가는 중이다.
통신사는 일장일단이 있다. 출고가 90만원 지원금 70만원은 출고가 20만원 지원금 0원보다 고객을 통신사에 묶어두는데 유리하다. 위약금을 내지 않으려면 남아야 한다.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지원금을 더 받으려면 올려야 한다. 대신 그만큼 고객 유치비용이 더 든다. ▲품질 ▲서비스 ▲요금인하보다 지원금 경쟁만 한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상한제 폐지 수혜, 유통점>통신사>제조사>소비자 순=물론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 통신사는 자체적 또는 계열사를 통해 휴대폰 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버는 돈이 상당히 쏠쏠하다. 지난 3분기의 경우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기준 3분기 KT와 LG유플러스 매출액서 단말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8%와 23.7%다. 영업이익은 KT의 경우 28.9%가 LG유플러스의 경우 74.1% 단말기에서 나왔다.
유통점은 어떨까. 유통점의 주 수익원은 고객 유치에 따른 판매장려금이다. 단통법 이전 불법 지원금 중 일부는 판매지원금에서 나왔다. 들쭉날쭉 지원금은 통신사도 문제였지만 유통점도 문제였다. 요금할인을 지원금처럼 속여 고객을 유인하는 행동은 비일비재했다. 말하는 정보가 때와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니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기회도 없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다시 이 시절로 돌아가자는 뜻이다. 소비자는 ‘호갱’인데 유통점은 하루가 멀다하고 하나씩 생겨나던 그 때다. 상한제가 없으면 고객 유치가 쉬워지고 유통점이 이익을 취할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방통위 관계자는 “지원금이 줄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단통법을 통해 투명해지면서 지원금의 정체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라며 “단통법의 문제가 아니라 단통법 때문에 그동안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을 소비자를 위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행동이 단통법 공격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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