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창조정부의 창조기업인 망신주기
경찰이 지난 10일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를 소환했다.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서비스 중 하나인 ‘카카오그룹’에서 아동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8시 30분쯤 피의자 신분으로 대전지방경찰청에 출두해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들어가, 약 40분 정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인들이 포토라인 앞에 서는 일은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배임이나 횡령 같은 화이트컬러 범죄와 연관될 때가 많다. 기업인이 아청법 위반으로 경찰에 출두하는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경찰은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이유에 대해 ‘카카오그룹’에서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청법은 17조에서 음란물 유포 방지를 위한 기술적인 조치를 않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3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청법은 기술적 조치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규정하기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고의수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 과장은 “아청법에서 규정한 기술적 조치 의무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아동청소년음란물 유포 방지를 위한 최대한 기술적인 노력을 하라는 의미”라며 “일반적으로 신고기능, 금칙어 설정, 동영상 해시값 검색, 모니터링 요원 배치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에 음란물을 유포시킨 곳이 비공개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정보를 열람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비공개로 설정한 커뮤니티를 사업자가 들여다보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비공개 그룹에서 오가는 정보를 열람하지 않으니 음란물 모니터링도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신고기능, 금칙어 설정 등이 기술적조치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는 카카오그룹뿐 아니라 네이버 카페, 네이버 밴드, 다음 카페 등 모두가 마찬가지다. 이들 서비스 역시 신고기능, 금칙어 설정 이외의 특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이 유포되는 것은 분명히 큰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개 사기업에 불과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이 사용자들의 사적인 공간인 비공개 커뮤니티를 모니터링 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이런 면에서 다음카카오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외치고 심정일 것이다. 정치권이나 산업계 일각에서 이번 경찰의 이석우 대표 소환을 감청 거부 선언에 대한 ‘표적수사’나 ‘보복수사’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석우 대표에 대한 조사는 불과 40분만에 끝났다. 경찰이 이석우 대표를 통해서 특별히 들을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석우 대표가 고의적으로 음란물을 유포하지 않은 이상, 카카오그룹 서비스를 담당하는 책임자를 비공개로 소환해 물어도 될 일이었다.
경찰은 수사상의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표를 포토라인 앞에 세울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목표가 창조경제 기업인 망신주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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